절대무공을 자랑하던 고수 라마가 죽어서 남긴 시신을 소유할 수 있는 자는 대단한 능력을 얻게 된다는 소문과 함께 강호에 피바람이 분다. 두 조각으로 나뉜 그의 시체를 소유하고자 절대고수들이 쟁탈전을 벌이기 때문. 그 가운데 잔인한 고수 문파로 알려진 흑석파가 시신을 보유한 한 가문을 급습해 부자를 죽이고 시신의 절반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그 시신을 소유하게 된 여성 검객 세우는 자신의 그런 삶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자 도주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바꾸는 성형에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흑석파는 그녀의 뒤를 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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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의 계승자이자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진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엽문>은 <황비홍>시리즈를 비롯해서 <정무문>이나 <무인 곽원갑>과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기영화다. 실존했던 중국 무술 대가들의 일대기를 조명하며 그들의 현란한 몸놀림을 재현하는 쿵푸영화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들의 활약상을 외세의 탄압 앞에 무너진 민족저항주의적 정서의 고취와 연계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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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한 피리를 불며 요괴를 잠재우던 표은대덕은 다른 세 신선의 실수로 요괴에게 피리를 빼앗긴 뒤,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세상으로 사라진다. 세 신선은 세상에 뛰쳐나온 요괴들을 잡기 위해 사라진 표은대덕과 피리의 행방을 좇고, 이를 위해 도사 화담(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선들과 함께 요괴를 좇던 화담은 그 과정에서 전우치(강동원)와 맞닥뜨리게 된다. 설화적인 프롤로그를 밑그림으로 판타지의 자질을 채색해나가는 <전우치>는 이를 통해 토속적 비현실성을 현대적 시대상 안으로 이입해 나간다. 실존인물이라 전해지기도 하는 고전소설전우치전의 신묘한 주인공 전우치를 발체해 현대적 배경에 이입한 <전우치>는 전통적인 영웅 캐릭터의 뼈대에 현대적 서사라는 살을 붙이며한국형 히어로무비의 유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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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단평

cinemania 2009. 12. 18. 11:15

<범죄의 재구성><타짜> 욕망이라는 게임판을 달리는 캐릭터들의 암투를 그린다. 최동훈의 장기는 상대의 패를 읽고 훔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루는 능수능란함에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여미는 캐릭터들의 조화는 최동훈의 장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런 면에서 <전우치>는 핵심적인 기대감을 배반하는 작품이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전우치는 꽤나 쓸만하다. 그 존재감과 표현력만으로도 하나의 장르적 가능성을 보게 되는 기분마저 든다. 다만 주변부의 캐릭터를 다루는 손맛이 무뎌졌다. 구심점이 흐린 인물들이 쓸모를 명확히 얻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전시되고 그만큼 숫적인 산만함만 어지럽게 감지된다. 최동훈의 장기라 할만한 캐릭터영화로서의 장점을 만끽할 수 없다는 점에선 분명 아쉽다.

하지만 <전우치>는 최동훈이란 이름에 얽힌 기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적 토대의 구축이란 점에서 성과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현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판타지라는 점에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연상시키는 <전우치>는 토속적 설화를 적극 활용하며 캐릭터를 완성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한국적이란 의미를 강하게 어필해낸다. 십이지신상을 모티브로 둔 요괴들의 디자인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직조된 스토리는 판타지라는 외래장르의 국산화란 이름에서 보다 어울리는 형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품는다. 지나친 속도감을 두르고 묘사되는 액션신이 시각적인 묘미를 반감시키지만 공간감을 구축하는 앵글의 포착력은 탁월하다 평할만하다. 심중한 여운을 남기고, 유연한 위트를 담은 대사들의 순발력도 빼어나다. 문제는 그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저마다 독립적으로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음표들이 악보로서 연주되지 못하고 제 음만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기분 사이로 끼어드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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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단평

cinemania 2009. 4. 4. 00:24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계승자라는 엽문(견자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인 곽원갑>이나 <정무문> 혹은 <황비홍>시리즈의 기시감이 드는 건 무리는 아니다. 일제 치하에서 망국인의 정신적 지주가 된 쿵푸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도, 동시에 무예에 조예가 있는 배우의 리얼 액션이 바탕이 된 무술 영화라는 점에서도 전자들과 공통 분모는 뚜렷하다. <엽문>은 일제치하의 역사가 잉태한 시대적 반일 정서를 통해 감정을 고양시킨다. 이는 국내 관객의 동감을 얻을 여지가 있다. 다만 그 민족적 자존심을 시대적 함성으로 승화시킨 광경 속에서 중국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우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물에 익숙한 세대라면 그것들을 보고 난 후와 비슷한 감상을 얻을지 모를 일이다. 다만 그 모든 감정적 판단과 무관하게 <엽문>이 중국 무술영화의 양자로 불릴 만한 자격이 있는 작품임을 부정할 수 없다. 견자단은 자애롭고 여유로운 강자의 풍모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유연하면서도 폭발력 있는 견자단의 몸놀림만으로도 <엽문>은 특별하다 말할 수 있는 영화다. 우직한 야심을 과감히 뿌리고 거둔다. 과거 중국영화의 향수를 느끼는 세대에겐 반가움을, CG와 와이어액션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묵직한 압권을 전하고도 남는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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