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드 팔마가 <미션 임파서블>을 발표한 것이 1996년의 일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미션 임파서블 4>) 15년 만에 발표된 네 번째 속편이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는 분명 이단 헌트의, 좀 더 정확하게 이를 연기하는 톰 크루즈의 존재감으로 굴러가는 영화다. 다만 이번 속편에서는 지난 세편의 전작들과 다른 조짐이 발견된다. 전과 달리 전편과의 서사적 연결성이 뚜렷하게 발견되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극명하게 눈에 띄는 건 이단 헌트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상을 전시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단 헌트를 위시한 IMF 팀원들의 조직력이 적극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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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장르물이 아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가 등장함에도, 단순히 로맨스물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10대 취향의 하이틴 무비에 가까운 것은 맞지만, 이것이 적확하게 하이틴 무비에 수용될 수 있는 것이냐면 그 역시 아니다. 물론 영화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장르적 정의가 그리도 중요한 건 아닐 테다. 할리퀸 로맨스? 물론 그쪽이 보다 유력해 보인다. 어쨌든 영화화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거대한 팬덤을 담보로 시공된 작품이다. 그 맥락은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슷하다. 궁금한 건 그 원작이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건축될 만큼 매력적인 설계도였느냐,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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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어쩌면 평행선에 놓여 있다.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죽음 또한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단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명확하게 그 시작과 끝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27세의 나이에 척추암 판정을 받고 생사의 확률이 50%라는 진단을 얻은 아담(조셉 고든 래빗)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조깅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그가 자신의 등이 기다란 암세포로 잠식당하리란 예감이 가당한가. 하지만 아담은 암 진단을 받으며 생사 확률 50% 선고를 받는다. <50/50>은 갑작스럽게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아담이 겪게 되는 암투병기 혹은 암 선고 이후의 일상을 돌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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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57,768 vs. $39,722,689. 메이저리그의 최고팀과 그 아래에 있는 팀보다도 더 밑바닥에 있는 팀의 간극은 저 수치로 정리된다. 선수 몸값의 총액이 곧 팀의 실력을 대변한다. 수치만으로도 명백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는 흔한 일이다. 이는 메이저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모든 종목의 프로스포츠 대부분은 구단의 빈부격차를 통해서 순위의 계층화가 손쉽게 이뤄진다. 뉴욕 양키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통점은 실력 있는 부자 구단이라는 것. 부자 구단들은 한 시즌이 마감되면 자본을 투여해서 스타들을 영입하고,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거나 스타를 길러낸 가난한 구단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자 구단의 선수 수집을 넋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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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키우는 개와 대화를 나누는 남자가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 일러스트 작가인 올리버(이완 맥그리거)에게는 45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어머니와 사별한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고백했다. 자신의 진짜 삶을 찾고 싶다고. 할은 게이였다며 아들에게 커밍아웃한다. 40대가 넘은 아들에게 70대 중반을 넘긴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제 삶을 찾아나서는 광경은 심란하듯 놀라운 발견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지인들에게 무료한 삶의 복판에서 스스로의 삶을 방치하듯 사는 그에게 아버지의 고백과 그 고백 이후의 삶은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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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소식을 모른 채 살아왔던 아들이 돌아왔다. 놀라는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술병을 내민다. 하지만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 아들이 되레 놀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버지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였고, 덕분에 집안은 파탄이 났다. 부부는 이혼했고, 형제는 헤어졌다.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온 건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유능한 트레이너였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형의 소식을 듣는다. 형은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형은 현재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그러던 중, 거액의 상금이 걸린 격투기 대회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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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사랑했고 하나의 삶으로 융화되길 선택했다. 그리고 거기 한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또 한 아이가 생겼고, 다시 한 아이가 생겼다. 그들은 가족이라 불렸고, 더욱 너르게 삶이 분열하고 팽창했다. 하나하나의 생이 모여들어 더욱 커다란 삶의 영역이 자라났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분열하고, 생장하며, 격동하다, 소멸된다. 생명의 태동은 곧 삶으로 자라나 저마다의 세계를 이룬 뒤, 언젠가 사라진다. 단층과 같이 쌓인 시간들은 지층의 역사를 이루고 적층과 균열을 거듭하며 고유의 영역으로 멈춰서다 서서히 풍화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바로 그 사소하고도 거대한 생, 그 자체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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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세상에 관심이 없었다. 세상 또한 소년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소년은 어려서부터 가난했고, 엄마가 없었다. 어느덧 열여덟 살의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소년은 가난과 소외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가난하고 소외된 소년을 향한 세상의 관심이 시작됐다. 완득(유아인)의 담임선생인 동주(김윤석)의 짧은 언어로. “얌마, 도완득!” 하지만 갑작스러운 관심이 완득은 귀찮기만 하다. 하지만 같은 동네, 그것도 심지어 건너편 옥탑방에 사는 담탱이는 퇴교 후에도 완득의 주변에서 그를 귀찮게만 한다. 그래서 완득은 기도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하지만 그 교회에서도 완득은 듣는다. 자신의 호를 지어준 담임선생 동주의 부름을. “얌마, 도완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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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링 위에서는 더 이상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는 복서들의 혈전이 펼쳐지지 않는다. 대신 윤활유와 불꽃이 튀는 로봇들의 철()전이 벌어진다. 로봇들은 원격 조종에 의해서 링 위에서 주먹의 방향을 정한다. 과거 링에 올라 챔피언을 꿈꿨던 찰리 켄튼(휴 잭맨)은 이제 링 밖에서 로봇을 조종하며 새로운 삶을 꾸린다. 하지만 링 위에서보다도 링 밖에서 그의 챔피언 벨트는 더욱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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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어머니의 과거를 명예롭게 여겼다. 어머니는 이스라엘의 첩보 조직 모사드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다. 레이첼(헬렌 미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들에게 실험이란 미명 하에 잔혹한 학살을 주도했던 어느 박사를 처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녀의 한 쪽 볼을 가로지른, 깊은 창상이 짐작되는 긴 흉터는 일종의 훈장과 같다. 딸은 어머니의 애국적 활동을 기리고자 책을 집필했고 이를 헌정했다.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표정에는 감격보다도 근심의 기운이 역력하다. 사라지지 않는 지난 날의 상흔처럼 레이첼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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