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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1 <드래그 미 투 헬> 단평 4
  2. 2009.03.24 비비디 바비디 부의 환각

오프닝 시퀀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쌍팔년도 시절의 호러 영화의 기시감이 든다. 여기서 쌍팔년도의 의미는 촌스럽다보단 고전적이다란 의미에 가깝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신경만 긁다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근래의 유사 호러물 따위와 종자가 다른 진짜 호러영화다. 악랄하고 장난끼 가득한 B급 유희의 난장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피칠갑과 신체절단이라는 잔인한 이미지를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압도적인 악랄함을 통해 공포적 전율을 선사하는 동시에 어느 코미디 영화보다도 강력한 웃음을 동반한다. 저주와 주문이라는 오컬트적 신비가 가미된 악마적 공포 가운데서 농담처럼 끼어드는 B급 유희가 단연 발군이다. 분명 으악으하하를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드래그 미 투 헬>은 분명 21세기의 기념비적인 호러영화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마스터피스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아닌,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는 여전히 건재하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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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나 경제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판타지를 찾는다. 그것이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외계어 같은 주문일지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잠시라도 외쳐보게 된다. 소녀 아이돌 그룹의 후크송이 유행하는 것도 그것이 지겹고 험난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좋은 발랄한 환청인 덕분이며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 드라마의 대단한 열풍도 매일같이 펼쳐지는 그 자극적인 작태의 반복이 현실을 잊게 만들 만큼 중독적인 까닭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좀처럼 피하고 싶다. 안 그래도 힘들고 괴로운 세상에서 그런 이야길랑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듯, 모든 문화적 현상들이 가볍고 헐거워진다. 잠깐 보고 말아도 될 정도로 쉽고 간편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 컨텐츠의 범람은 참을 수 없는 현실의 무거움을 이겨내기 힘든 서민들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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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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