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트 인터뷰

interview 2012. 9. 24. 19:54

터무니 없이 유쾌한 자신감

MOMOT

커팅 라인을 따라서 뜯고, 접고, 붙이면 어느 새 납작한 박스 안에 누워있던 컬러풀한 종이들이 개성 있는 페이퍼 토이로 일어선다. 얼굴도 네모, 몸도 네모, 팔다리도 네모, 이른바 네모네모로보트그래서 모모트’. 단순한 종이 접기가 아니다. 최근 직접 사무실을 방문한 디즈니 아시아 지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마블 시리즈 페이퍼 토이가 온전히 모모트만의 것이라 극찬했다.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출신 동문 5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모모트는 영업 담당을 자처하는 박희열로부터 시작됐다. 대학교 4학년 시절 페이퍼 토이에 관한 사업구상을 한 그는 그래픽 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이준강과 이흔태를 설득했고, 같은 해 말 즈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천진난만한 패기를 쥐고 시작된 맨땅에 헤딩은 그들을 갖은 시행착오와 맞닥뜨렸다. 함께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공정 과정을 직접 자문해준 학과 교수님 같은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종이 쪼가리 따위로 무슨 돈을 벌겠냐며 조소를 보였다.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지만 시행착오는 만만치 않았다. 투자 사기를 당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실패의 여정을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모습에서 좌절 같은 단어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돈독해지고 자신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몇몇 브랜드를 직접 찾아가 계약을 맺었고, 꿈에 그리던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마저 성사됐다. 우연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나이키의 제품들을 페이퍼 토이 형식으로 개발해왔고,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이퍼 토이로 만든 나이키 신발을 전달했다. 마블 캐릭터의 국내 판권 계약도 그 무한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제작할 수 있는 페이퍼 토이의 가짓수가 무궁무진해졌다는 점에서 실로 고무적이다. 모모트는 이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할 캐릭터를 부화시킬 예정이다. 최근 새롭게 영입한 홍인기와 손경식은 모모트만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을 영상과 사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건 모모트의 페이퍼 토이가 레고와 같은 전세계적인 문화적 아이콘이 되는 것. “전세계로 모모트를 유통시킬 거에요. 돈도 벌겠지만 많이 알리고 싶어요.”(박희열) 허황된 소리가 아니다. 조만간 디즈니와의 인터내셔널 판권 계약이 성사될지도 모른다. ‘어려울 때 등돌리지 않았던 사람들만 남은 지금, 주먹구구식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왔던 3년을 지나왔다. “이젠 진짜 시작이에요. 지금부터 제대로 해야죠.”(박희열) 이렇게 터무니 없을 만큼 유쾌한 자신감이라니, 응원할 수 밖에.

(ELLE KOREA 8월호 No.238 'ELL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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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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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캐릭터는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감상을 부른다. 1980년대 동명의 드라마시리즈를 스크린에 옮긴 <A-특공대>는 분명 인기TV시리즈의 네임밸류에 편승한 상업적 기획물이다. 하지만 <A-특공대>는 단순히 그 이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원작이 지니고 있었던 장점을 명확히 계승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두서없이 나열되는 서사의 조각들은 저마다의 서사에서 중심이 되는 캐릭터의 등장과 그 성격을 묘사하기 위한 의도 자체로서 기능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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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한 피리를 불며 요괴를 잠재우던 표은대덕은 다른 세 신선의 실수로 요괴에게 피리를 빼앗긴 뒤,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세상으로 사라진다. 세 신선은 세상에 뛰쳐나온 요괴들을 잡기 위해 사라진 표은대덕과 피리의 행방을 좇고, 이를 위해 도사 화담(윤석)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선들과 함께 요괴를 좇던 화담은 그 과정에서 전우치(강동원)와 맞닥뜨리게 된다. 설화적인 프롤로그를 밑그림으로 판타지의 자질을 채색해나가는 <전우치>는 이를 통해 토속적 비현실성을 현대적 시대상 안으로 이입해 나간다. 실존인물이라 전해지기도 하는 고전소설전우치전의 신묘한 주인공 전우치를 발체해 현대적 배경에 이입한 <전우치>는 전통적인 영웅 캐릭터의 뼈대에 현대적 서사라는 살을 붙이며한국형 히어로무비의 유형을 제시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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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단평

cinemania 2009. 12. 18. 11:15

<범죄의 재구성><타짜> 욕망이라는 게임판을 달리는 캐릭터들의 암투를 그린다. 최동훈의 장기는 상대의 패를 읽고 훔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루는 능수능란함에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여미는 캐릭터들의 조화는 최동훈의 장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런 면에서 <전우치>는 핵심적인 기대감을 배반하는 작품이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전우치는 꽤나 쓸만하다. 그 존재감과 표현력만으로도 하나의 장르적 가능성을 보게 되는 기분마저 든다. 다만 주변부의 캐릭터를 다루는 손맛이 무뎌졌다. 구심점이 흐린 인물들이 쓸모를 명확히 얻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전시되고 그만큼 숫적인 산만함만 어지럽게 감지된다. 최동훈의 장기라 할만한 캐릭터영화로서의 장점을 만끽할 수 없다는 점에선 분명 아쉽다.

하지만 <전우치>는 최동훈이란 이름에 얽힌 기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적 토대의 구축이란 점에서 성과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현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판타지라는 점에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연상시키는 <전우치>는 토속적 설화를 적극 활용하며 캐릭터를 완성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한국적이란 의미를 강하게 어필해낸다. 십이지신상을 모티브로 둔 요괴들의 디자인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직조된 스토리는 판타지라는 외래장르의 국산화란 이름에서 보다 어울리는 형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품는다. 지나친 속도감을 두르고 묘사되는 액션신이 시각적인 묘미를 반감시키지만 공간감을 구축하는 앵글의 포착력은 탁월하다 평할만하다. 심중한 여운을 남기고, 유연한 위트를 담은 대사들의 순발력도 빼어나다. 문제는 그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저마다 독립적으로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음표들이 악보로서 연주되지 못하고 제 음만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기분 사이로 끼어드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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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 각본가 와타나베 아야의 각본과 <내 청춘에게 고함>을 통해 장편 데뷔했던 김영남 감독의 조합으로 이뤄진 한일합작영화 <보트>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에 담긴 청춘의 연대를 그린다. 국경과 언어가 다른 양국의 청년은 정서적 거리감을 초월할만한 동병상련의 연민을 각자로부터 발견하며 연대의 발판을 마련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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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운석은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거인이 된 수잔(리즈 위더스푼, 한예슬)은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지하기지에 격리된 채 거대렐라라 불리며 선배(?) 몬스터들과 조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나 외계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거대로봇이 또 미국 땅에 떨어져(!)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 비밀리에 격리돼있던 몬스터들이 출격한다. 간단한 줄거리만으로 보자면 박진감 넘치는 SF액션물의 외피가 예상돼지만 <몬스터 vs 에어리언>(이하, <몬스터>)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라는 혈통을 입증하듯 나사 빠진 캐릭터들의 행위와 대사를 통해 위트를 유발하는 해학적 작품이다.

 

주지하는 정서적 감흥이 뻔한 수준을 맴돌지만 단순하다고 폄하할 수 있는 수준의 스토리까진 아니다. 인간을 위협한다고 믿었던 몬스터들이 지구를 구하고, 되레 인간의 혐오를 극복하며 슈퍼히어로에 버금가는 존재로 변태되는 성장스토리엔 나름대로 제 크기에 걸맞은 의미가 있다. 다만 <몬스터 vs 에어리언>(이하, <몬스터>)은 그보다 다른 의도가 명확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조연에 가깝다. 주연은 인트루 3D(Intru 3D)라 지칭되는 3D영상구현기술을 통한 시각적 자극의 진일보를 체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속성이다. <몬스터>는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시킨 3D영상의 엔터테인먼트적 자질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가를 알리는 현대의 지표란 점에서 흥미롭다. 다만 그 자극이 뛰어난 창작력을 기반으로 삼지 못했을 때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때때로 블랙코미디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이 귀엽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권할 만큼 강력한 매력이라 정의 내리긴 쉽지 않다. 기술도 과도기지만 이야기 수준도 과도기적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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