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밀첩보국 컨트롤은 그의 정보분석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그는 비상함의 수준을 넘어 적의 심리까지 점검해주는 세심한 배려 덕분에 상관의 신임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이 간절히 고대하는 외근(?)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외근직 첩보원이 되기 위해 7전8기를 다짐하는 그 남자, 맥스웰 스마트(스티브 카렐)에게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세계 각지에 투입된 첩보원들의 잇단 살해와 정체불명의 외부습격으로 위기를 맞이한 컨트롤이 그에게 현장근무를 명한 것. 경력을 자랑하는 콧대 높은 에이전트 99(앤 헤서웨이)가 그를 미더워하는 가운데 그들은 자신들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동유럽 체첸으로 향한다.
1960년대 동명 스파이물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겟 스마트>는 역설적인 웃음을 발생시키는 영화다. 유치한 상황을 진지한 태도로 모른 척하며 유머를 극대화시키고, 얼빠진 행위로 맞이한 위기 상황은 역시 상황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대처로 극복된다. 첩보라는 특수한 상황을 웃음의 코드로 매개하는 <겟 스마트>는 슬랩스틱의 동선과 스탠딩의 입담을 접목시키며 곳곳에 코믹한 설정을 너무나 뻔하게 설치하고 스스럼없이 작동시킨다. 진지한 마스크로 어리숙한 상황을 연출하는 스마트의 매력은 캐릭터 설정의 묘미에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스티브 카렐이란 배우의 장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상황과 역설적인 진지함을 유지하는 그의 포커페이스는 <겟 스마트>의 웃음을 매개하고 촉매한다. 또한 8등신 S라인을 자랑하는 미모의 첩보원 에이전트 99를 연기하는 앤 헤서웨이 역시 그 역설적인 개그에 추임새를 넣으며 한몫 거든다. 이미지를 배반하는 배우들의 캐릭터 접근은 <겟 스마트>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훌륭한 성과다.
<겟 스마트>는 원작 TV시리즈의 틀을 이어받았으되, 현대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이는 두 작품의 시대적 거리가 무려 반세기만큼이나 너비를 둔 탓에 있다. 핸드폰이 일상화되고, 컴퓨터가 일반화된 21세기 첨단 시대에서 1960년대 TV시리즈가 펼쳐내던 첨단의 상상력은 지나치게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오프닝의 자동문 시퀀스를 비롯해 방음장치(Corn of Silence) 에피소드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자동차와 구두폰까지, <겟 스마트>에는 원작의 특성을 대표할만한 설정들이 고스란히 장착됐다. 하지만 두드러지는 캐릭터의 특성변화는 원작과의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자신의 이름과 반대로 '스마트'하지 않았던 원작의 스마트와 달리 영화의 스마트는 엉뚱하긴 하지만 나름 민첩하고 영리하다. 결국 원작에서 스마트의 뒤처리를 담당하며 조화를 이루던 뛰어난 요원 에이전트 99와의 캐릭터 조합은 애매한 모양새를 취한다. 또한 단순히 코믹한 설정의 배경처럼 따라붙는 악당 조직 카오스의 존재감 역시도 안이하게 묘사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반감시키는 인상이다.
순간마다 웃음을 유발하는 순발력은 존재하지만 응집력 있는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겟 스마트>의 단점이다. 웃음을 유발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발견되지만 그것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유치하지만 직설적인 슬랩스틱과 언어유희적 노력은 때때로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만연되어 되려 썰렁함을 낳는다. 이는 순간적인 설정을 중시했으나 전체적인 맥락이 지나치게 간과된 까닭이다. 물론 설정의 묘미가 <겟 스마트>에서는 중요했으며 이야기의 논리가 중시될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국내관객을 배려한 자막은 상황보다 한 박자 먼저 치고 들어오는 까닭에 웃음의 타이밍을 어색하게 빼앗아간다. 미사여구의 목록은 화려한데 좀처럼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겟 스마트>의 유머는 결국 끝맛이 떨떠름한 웃음으로 거듭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