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욕을 자청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욕을 해댈수록 주가가 상승하는 <SNL 코리아>의 헤로인 김슬기에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장기는 욕이 아니다. 배우 김슬기의 연기가 제대로 먹혔다는 말이다.
<SNL 코리아>(이하: <SNL>)에 출연한지 1년이 넘었다.
첫 생방송 당시엔 너무 떨려서 헛구역질이 다 났다. 그때는 토요일 생방송을 위해서 일주일씩 준비했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크루’들이 대본 좀 빨리 보내달라고 건의했다.
지금은?
이젠 방송 전날에 리딩하면 왜 당일에 하지 않고 전날하냐고 농담이 나올 정도다. 다들 마음이 편해졌다.
생방송이라서 종종 웃음을 참는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지는데 그게 은근히 웃기다.
신동엽 선배님의 캐릭터가 그게 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도 조금씩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다. 만약 웃음이 터졌을 때 누군가가 정색했다면 아무도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일종의 노련한 스킬이랄까.
오픈 스튜디오의 라이브쇼란 점에서 연극 무대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래서 적응하기 편했다. 연극 무대로 조금 먼저 데뷔했으니까.
데뷔한 계기는?
학교 선배님이었던 장진 감독님이 학교 동아리의 큰 공연을 장진 감독님이 연출자였다. 그때 감독님께서 내 연기를 좋게 봐주셨는지 몇 개월 뒤에 부르셔서 연극이랑 <SNL>을 함께 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셨다.
<리턴 투 햄릿>에선 복수할 때 쓰는 칼 역할이었다는데, 이름이 칼은 아닌 것 같은데(웃음).
장진 감독님이 <매직타임>이란 연극을 <리턴 투 햄릿>이라는 연극으로 재구성했는데 중간에 마당극 형식이 변한다. 그때 햄릿을 증언하기 위해서 칼이 등장하는데 내가 커다란 칼 모양 탈을 쓰고 등장하는 식이었다.
뒤집어 쓰는 것과 인연이 있나 보다(웃음).
탈쓸 때만 예뻐 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웃음).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미지로 인해서 지나치게 희화화될지 모른다는 경계심은 없었나?
다른 곳은 몰라도 <SNL>이기 때문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한테 큰 머리와 뚱뚱한 옷, 짧은 다리가 너무 잘 어울리더라(웃음).
크루들의 사이가 좋아 보인다. 꽤나 즐거워 보인다.
대체로 화기애애하다. 사실 <무한도전>처럼 <SNL>도 장수하고 나 역시 대표 크루로 장수해서 오랫동안 이것만 하다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하다는 거지.
평소에 욕해달라는 사람은 없나?
일상이다. 그런 얘길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니까.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대부분 내가 하는 욕도 좋아해주는 분들 같다. 싸인할 때조차 욕 좀 해달라는 분들이 많더라.
고민되는 부분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한 적은 없다. 이런 캐릭터를 하는 것도 행복하고, 이런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의 나도 좋아하니까. 연기할 때는 그런 캐릭터를 끌어내기 쉽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분들을 만날 때 조금 힘든 건 있다.
실제 본인의 성격은?
에너지를 금방 소모해서 충전과 방전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충전할 때의 나를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김슬기가 원래 저런가?’ 사실 조금 더 차분한 편이기도 하고.
TV 속의 김슬기와 TV 밖의 김슬기의 차이를 확인한 사람들의 반응이란?
내게 다양한 모습이 있음을 좋게 봐주는 분도 있는 반면 자기가 원했던 TV 속의 김슬기가 아니라서 실망하는 분들도 있다. 나를 보는 분들이 저마다 다른 만큼 반응도 다양한 것 같다.
자신의 다양성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나 보다.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오히려 신기하다. 누구에게나 뒷면이 있지 않나. 착한 사람도 나쁜 생각을 할 수 있고, 차분한 사람도 흥분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다양한 면이 있는 사람 같다. 그래서 배우를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고.
긍정적인 편인가.
낙천적일지도.
<SNL>은 보수적인 사람들 입장에선 불편한 방송일지도 모른다.
나도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어느 정도로?
수영장에 한번도 가본 적 없다.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기분이랄까(웃음). <SNL 코리아>에 출연하기 이전까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SNL>을 선택했을까?
처음엔 19금 프로그램이 아니라 15금 정도였다. 19금 프로그램이 된 이후로도 힘든 부분은 없었다. 시즌2 초반에 잠시 섹시 컨셉트를 연기했지만 특별히 힘들진 않았다. 노출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의 반응은?
경상도 분들이라 표현이 어색하다. ‘잘했다. 챙겨봤다. 못 봤다. 바쁘냐?’ 이게 다다(웃음).
고향이?
부산이다. 스무 살에 대학 진학 때문에 상경했다.
졸업했나.
휴학 중이다.
당연히 연기 전공인가?
연기학과 뮤지컬 전공이다.
뮤지컬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노래도 하고 싶고, 춤도 추고 싶고, 연기도 하고 싶었다. 내 욕심에 하나만 하기엔 뭔가 아쉽더라. 그런데 뮤지컬이란 장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럼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고 막연하게 접근했다. 사실 부산에선 뮤지컬을 볼 기회도 없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꾼 시점은?
고등학교 시절,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그 이전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예술 분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지금 쓰는 싸인도 초등학교 때 만든 거다.
노래를 잘한다는 건 언제 알았나?
중학생 때 친구 따라서 가요제에 나갔는데 내가 상을 탔다.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가요제란 가요제는 다 나갔다.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가수만 하기엔 아쉽다고 생각했고 좀더 특별한 걸 찾다가 뮤지컬 배우를 찾았다, 뮤지컬 배우가 된다면 언제든 가수나 배우로 방향을 틀어도 될 거라 생각했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 2>로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는 없을까?
그런 기대들이 많아서 너무 부담스럽다. <무서운 이야기 2>의 출연배우는 8명인데 저마다 다 주연이기 때문에 사실 내가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기대만큼 크진 않다. 일단 이번엔 김슬기가 영화도 하는구나 정도를 보여주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촬영 과정은 어땠나.
너무 춥고 힘들었다.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영화를 찍는 시기가 하필 그 얼마 안된 시기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첫 영화이니 신경 써서 하고 싶었지만 2주간 잠도 못 자고 촬영하다 보니 체력도 딸리고 너무 추웠다. 개인적으론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겪었다는 의의가 있었다.
6월부터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으로 무대에 오른다. 비로소 그토록 바라던 첫 뮤지컬 무대다.
어렸을 땐 조정석 선배님이나 김무열 선배님처럼 무대에서 인정 받은 뒤에 방송으로 나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방송으로 데뷔하기란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운 좋게 방송으로 데뷔했고 오히려 언제쯤 뮤지컬에 도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점점 부족함을 느끼면서 내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회가 와서 생각보다 빨리 도전하게 됐다.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 보니 놓치긴 싫더라.
언젠가 욕심나는 작품의 스케줄로 인해서 <SNL> 출연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고민해본 적 있나?
<SNL>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종종 고민한다. 어떻게든 <SNL>의 스케줄을 끌고 갈 수 없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나 미궁 같은 고민이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