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수영국가대표 출신인 천수(김강우)는 도박판에서 크게 벌어 남은 인생을 휴양처럼 보내려 한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에 꿈은 날아간다. 패 한번 잘못 봤다가 빚더미에 앉아 패가망신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일말의 기회가 찾아온다. ‘마린보이’가 되는 것. 바다의 왕자가 아니라 마약밀매를 위한 생체보관함이 돼서 바다를 헤엄쳐 건너야 한다. 수장되기 좋은 운명이나 선택의 여지는 없다. <마린보이>는 일방통행이 예상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다양한 캐릭터로 드라이브를 걸더니 방향표지판을 늘린다. 완벽한 지도를 제시하진 못해도 방향변화에 따른 좌표제시가 적절하다. 진짜 물건인지 뻥카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제공되는 정보 사이로 흐르는 이야기는 은근히 천연덕스럽다. 인물간의 관계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복마전이 거듭되며 흥미를 유발하고 이를 빌미로 단순한 플롯에 지구력이 발생한다. 소품을 활용하는 방식도 제법 인상적이다. 대수롭지 않을 것 같던 순간들이 복선처럼 되새김질되며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새로운 발견까지는 아니지만 즐길만한 수위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시의 적절한 대사까지 겸비한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니, 이 나라 국민이 맞군.”대한민국을 뜨고 싶은 청년의 욕망은 결코 영화만의 사연이 아니다. 찰랑거리는 수면처럼 가볍지만 빠져들만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