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에 대한 긴 글을 쓰고 싶다. 이래저래 생각은 많은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 주말에 한번 더 보니 이 영화에 대해 품은 생각이 한 차례 업데이트됐다. 방출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다. 아, 심란하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좀 쌓였다. 그리고 또 쌓일 일이 한 바가지. 원래 <똥파리>에 관한 글도 한번 시간에 밀려 포기했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와 <굿나잇 앤 굿럭>을 연결한 만평적인 글도 생각만 가득하다 시간에 밀려 포기했다. 하지만 <박쥐>는 한번 작심하고 써내려 가고 싶다.
난
참고로 지극히 평범한, 어떤 비범한 관람 욕망이 전혀 없는 내 여자친구의 가벼운 소견에 따르면 <박쥐>가 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뭔가 한번쯤 봐둘 만한 영화인 거 같다고 하더라. 대단한 재미는 없지만 뭔가 볼만한 것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그 반응이 흥미롭다. 물론 그 한 점에 불과한 반응을 거대한 평면으로 오해하는 짓은 않으려 한다. 다만 내가 착석했던 그 상영관에서 동시에 자지러지다, 동시에 숙연해지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그게 흥미로웠다. <박쥐>는 회화적인 영화다. 그게 영화적으로 불순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단지 어떤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조차도 난 지지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박쥐>는 전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겠다. 단지 악담으로 도배될 영화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의적인 방식으로 숭고해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걸 좀 풀어내보려 한다. 그러려면 좀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의 목적이 뭐냐. 말 그대로 날 위한 수갑이랄까. 이렇게 적어놓고 못하면 좀 쪽팔릴까. 그러니까 일종의 압박을 스스로 채우는 셈. 어떻게든 꼭 해봐야 겠다. 마치 예고 홈런과 같은 거다. 물론 내 글이 홈런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파울플라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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