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의 비사와 연관된 이 모든 설정은 연상에 의거하되 직접적으로 대상을 가리키지 않는다. 실재를 가리지 않되 허구로서의 자질을 설득하기 좋은 태도다. <바람의 화원>나 <미인도>가 그랬듯, <쌍화점>역시 암암리에 입에서 입으로 유통되던 비사(秘史)를 허구적 양식에 입각해 가공한 뒤 스크린에 유통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비사만큼 흥미로운 소재도 없다. 가공도 자유롭고 관음적 욕망이 소비를 유발한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열어보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다. 그 일기의 주인이 많은 관심을 유발할수록 구매욕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권력의 중심에서 수많은 비밀을 잉태했을 왕실의 비사는 이야깃거리로 적절하다. 치명적일수록 매력적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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