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단평

cinemania 2010. 7. 28. 03:24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소녀와 유일하게 소녀에게 위안이 되는 정체불명의 사내. <아저씨>는 홍콩 느와르의 분위기로 연출된 <레옹>처럼 보인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내에게 만만한 호칭이 아저씨인 탓에 아저씨라 불리는 사내의 불분명한 정체성은 <아저씨>에서 스토리텔링의 탄력을 이루는 동시에 느와르적인 관성을 매력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자질이 된다. <열혈남아>를 통해 가족애를 비정한 느와르적 자질로 연동하던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느와르적인 감각을 뽐낸다. 특히 효율적인 속도감을 자랑하는 동시에 멋에 치중한 장식이 아니라 생사가 결정되는 찰나의 긴박감이 냉소적으로 표현된 액션신이 인상적이다. 지독하게 진지한 대사 덕분에 오글거림의 역효과가 발견되는 몇몇 찰나만 제외하면 원빈은 <아저씨>가 마련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정한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빛나는 동시에 어두운,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 그림에 감정을 불어넣는 김새론의 연기도 훌륭하며 그 그림의 선한 명도를 밝히는 보색의 악역과도 같은 조연들의 공헌도도 만족스럽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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