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나의 지난 연애가 현재진행형이 아니었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 아니다. 아니라고. 그러니까 뒤늦은 소회가 밀려온다거나, 지난 날의 추억이 씁쓸하게 되밀려 온다던가, 이딴 것도 이제 없는 거다. 그니까 뒷북 쳐놓고 미안한 표정 지으려 애쓰지 마세용. 그래. 내 지난 연애까지 시시콜콜하게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지. 네가 내 스토커도 아닌데, 그럴 의무감이나 있나. 다만 그냥 신기해서, 올해가 지나가는 마당에 몇 달 전 헤어진 애인이 누군가에게 여전히 내 애인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마치 그 사람의 시간만 멈춰버린 것 같아서, 재미있네. 이런 질문을 통해 뒤늦게 느끼는 건, 이제 정말 내게 일말의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젠 이별을 실감할 유효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벌써 올해가 가고 있고, 내년이면 그 아이와 공유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가 찾아올 테고, 기억은 점차 달력을 넘기듯 뒤로 밀려나갈 테지. 어차피 그런 거. 안녕.
어쨌든 애인 없어요. 헤어진 지 꽤 됐어요. 이젠 더 이상 슬프진 않아요. 그러니 잘못 물어봤다 해도 미안한 표정 짓지 말아요. 그래도 이제 알았다면 묻지 말아요. 일일이 답하는 것도 꽤나 번거로운 일이더군요.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정도로 내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질문 따위를 하지도 않았을 게다. 고로 이건 뻘짓, 삽질, 에너지 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