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 이명박이라도 믿겠다. 한나라당이라도 찍겠다. 4대강이라도 파겠다. 이 부질 없는 개소리를 정신 나간 듯 지껄일 수 있을 만큼 절박하다. 어리석었고,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영원을 꿈꿨지만 찰나를 견디지 못했고, 양을 가늠할 수 없었던 희망은 죄다 날리고 그만큼의 절망을 쥔 채 더없이 괴로워하고 있다. 난 모자랐고, 그것이 나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더없이 슬프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렇게 마냥 혼자 운다. 누구를 탓할 이유도, 그럴 겨를도 없다. 하루 종일 슬프고 무기력하여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했건만, 난 오늘도 밥을 먹었고, 사람을 만났고, 지금도 글을 써대야 할 팔자다. 지랄 맞다. 이게 다 무어냐. 마치 없었던 것처럼, 바스러지는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지듯 사라지고 싶다. 아프다. 내가 미워서 죽이고 싶다.
이명박을 믿지 않았는데도,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는데도, 4대강을 파지 않았는데도, 다행스럽게도 내가 원하는 바가 이뤄졌다.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난다. 새삼 절실했던 문장들이 오래된 과거의 유물처럼 보인다.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로든 상황은 뒤돌아섰고, 다시 살고 싶어졌다. 그래도 이 문장을 지우지 않는 건, 기억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악센트와 같은 실수는 있어도 도돌이표는 안될 일이므로, 두고 두고 보며 기억하겠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 주겠다. 찰나에 부서질 수 있었던 영원의 꿈을 다시 한 번 이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