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단평

cinemania 2009. 5. 22. 00:47

귀신의 소리를 듣는다는 소재가 사실 어느 정도 닳은 방식임을 간과할 수 없다. 귀신을 보는 눈이라던가, 귀신을 듣는 귀라던가, 이미 형태적으로 비슷한 동류의 영화들이 많았다. 돌파구는 효과적인 표현 양식이다. <에코>는 스토리텔링에 역점을 두고 효과를 치장하는 공포영화다. 동양적인, 좀 더 확실하게 일본호러의 정서가 문득 보인다. 한을 품은 혼령의 복수라는 게 일면 그렇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코>는 사회적 교훈극에 가깝다. 결말에 걸리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무관심의 이기가 팽배한 현대인의 소통불가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 다만 장르적 목적이 희석된다는 게 문제다. 장르적 기능성을 그릇으로 삼는 건 좋지만 그 역할이 무색해져야 쓰나. 때때로 움찔하게 만들지만 그것도 썩 유쾌하진 않다. 기교에 능할 뿐 지배력이 약하다. 물론 심약한 이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정도는 된다. 하지만 좀 봤다는 이들에게 <에코>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호러 영화로 분류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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