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보살> 단평

cinemania 2009. 11. 5. 01:27

작두 타고, 굿판을 벌이며 온몸으로 귀기를 발산하던 전통무속과 달리 요즘 점집은 캐주얼하고 멀티플렉스적이다. 무당과 타로 마스터가 한 건물에 입주해서 팀웍을 이룬다. <청담보살>은 그런 트렌드를 소재적으로 반영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운명적 배필을 만나야만 삶이 풀린다고 믿는 미녀보살 태랑(예진)은 비전이 전무해 보이는 백수 승원(임창정)이 자신의 운명적 상대임을 알게 되고 작업(?)에 착수한다. 사실상 과장된 상황극이 주를 이루는 <청담보살>은 연출력이나 개연성보다도 순발력에 의존하는 코미디다. 덕분에 나름대로 진지하게 멜로적 감정에 몰입하는 배우들의 감정은 좀처럼 와 닿지 않으며 전반적인 사연 역시 유치하게 건들거리는 탓에 로맨스 자체가 사족같다. 재치를 발휘하는 배우들의 애드립에 의해 유머가 작동하지만 그 찰나를 벗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운명적인 상대에 천착하던 보살이 결국 그 운명을 스스로 극복하게 된다는 외피적 설정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후반부는 온전히 넌센스다. 단지 몇몇 배우들의 애드립에 만족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관객에게 2시간 여의 러닝타임은 좀 길어 보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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