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형태에 잠재된 질서를 뜻하는 카오스 이론은 <카오스>가 내거는 일종의 허세나 다름없다. 지성적 추리를 요구하는 영민한 영화처럼 포장됐지만 플롯에 빈틈이 많다. 뉴스와 신문 보도의 콜라주 시퀀스로 대략적인 전사를 개연한 뒤 그 사이에 숨겨진 복선을 뒤늦게 개방하는 양식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노리지만 그리 놀랄만한 결과물에 다다르지 못한다. 지능적인 대사를 던질 뿐 실상 지능적인 스토리텔링을 장만하지 못한다. 오히려 <카오스>에서 재미를 느낄만한 구석은 형사물의 관성이라 할만한 버디 무비로서의 자질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다혈질 형사와 인텔리 출신이지만 육박전을 불사하는 신출내기의 조합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새로운 터프가이의 양자로 떠오르는 제이슨 스태덤은 그 자체로 매력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카오스>는 제목과 달리 자신이 내건 질서보다도 무질서를 어필하는 오락영화다. 물론 그 전도된 매력을 큰 성과라고 말하기엔 무색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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