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도시>는 의뭉스럽게 전진하는 영화다. 인과관계의 원인을 가리고 전사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와중에 백치미적인 대사에서 비롯된 유머가 분위기를 띄운다. 그럼에도 좀처럼 품위가 훼손되지 않고 정체 모를 상실감이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화의 감춰진 속내가 차근차근 드러나는 과정 한편에서 또 다른 인과관계로 작동할 주변 환경과의 구조적 연계가 디테일하게 구축된다. 흡사 가이 리치스러운, 우연적인 관계의 교차를 통한 필연적 사건의 재구성처럼 보이기도 하나 남발된 양상이 아니며 차기 장면에서 드러나는 반전적인 상황이 항상 예측 범위를 극복하고야 만다. 일반인으로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젠틀한 영국 킬러들의 프로페셔널한 규약은 때때로 웃음의 매개체가 되지만 이는 중후한 느와르적 프라이드를 연출하며 비범한 정서를 끝내 이루고 만다. 궁극적으로 <킬러들의 도시>는 죄책감을 속죄하는 자와 이에 보혈을 내리는 자, 그리고 그 보혈을 요구하는 자에 대한 사연이다. 유머가 발생하나 천박하지 않고 전통적 도시의 풍광만큼이나 고풍적인 정서를 연출한다. 중세의 흔적이 보존된 브리주를 관조적인 시야로 바라보는 카메라 너머의 풍경과 어울리는 캐릭터들의 능숙한 연기는 하나의 관건이다. 생소한 도시는 유배지가 되고, 무덤이 되며 재생의 도피처가 된다. 비범하게 재기발랄한 성찰이 돋보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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