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렇게 변한 지 오래 됐어. 들뜬 어조로 무례하면서도 심드렁하게 말을 뱉는 택시기사, 그리고 옆에 앉은 여자. 그녀가 바라보는 창 밖의 파주는 예전에 그녀가 자리하던 그곳이 아니다. 그건 그곳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그곳에서 보낸 시절로부터 멀리 돌아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욱하게 길을 메운 안개로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풍경에 내밀한 긴장감이 차오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사연과 속내를 점치기 어려운 인물의 표정으로부터 호기심이 예민하게 출렁인다. <파주>는 시종일관 털이 곤두서듯 서늘한 적막을 유지하다가도 날카롭게 찌르고 거칠게 흔드는 찰나가 뒤늦게 고개를 들어올리는 작품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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