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대기서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승은의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포비든 킹덤>이 원작으로부터 취한 것은 영화적 각색의 동기부여에 불과하다. ‘서유기’의 연유가 되는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히게 된 연유에 변주를 가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포비든 킹덤>은 원작의 허구를 밑천으로 영화적 허구를 재생산한다. 전설적인 고전은 <포비든 킹덤>을 위한 모티브이자 허구 속에 또 다른 전설이 됐다.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대비적 설정으로서 원작을 다시 비춘다. 서역으로 향하는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는 <포비든 킹덤>에서 오행산으로 향하는 4인조, LA뒷골목에서 손오공 전설로 소환된 소년 제이슨(마이클 안가리노)을 비롯해 그를 오행산으로 이끄는 루얀(성룡)과 란(이연걸), 스패로우(유역비)로 대비되고 서역의 천축국(인도)을 향한 원작의 여정은 <포비든 킹덤>에서 본래 여정이 시작되던 오행산을 향한 여정으로 착안됐지만 원작의 일행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는 것처럼 영화 속 그들도 사막을 건넌다.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히게 된 연유에 변주를 가함으로써 원작과 판이한 영화적 허구를 창작했으나 기본적인 설정의 큰 틀을 원작에서 고스란히 따온 <포비든 킹덤>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원작의 소스를 고스란히 영화에 재활용하는 효율적인 창의력을 구사한다.
쿵푸를 동경하는 서양소년이 차이나타운의 골동품 가게에서 여의봉을 발견한 뒤, 전설 속 왕국으로 소환된다는 유약한 설정은 <포비든 킹덤>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가리키는 바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포비든 킹덤>이 <라이온 킹>과 <스튜어트 리틀>을 만든 롭 민코프 감독의 작품이란 점을 안다면 그 의도는 더욱 자명해진다. 어드벤처와 판타지, 거기에 무협 액션을 두른 <포비든 킹덤>의 다양한 초식이 내뻗는 궁극적인 한 수는 소년의 성장드라마다. 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부터 <트랜스포머>와 같은 버라이어티한 오락영화들이 지향하는 가족적 관람의 묘미이기도 하다. 특히 ‘서유기’를 모태로 한 동양적 세계관은 서양인들에겐 둘도 없는 판타지로 비춰지기 적당하고 현란한 쿵푸의 몸놀림은 단연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포비든 킹덤>이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수지타산의 근거는 이처럼 분명하다.
하지만 <포비든 킹덤>의 성장드라마는 큰 감흥을 줄만한 거리는 못 된다. 그것은 우격다짐에 가까운 도입부의 설정만큼이나 제이슨의 성장드라마가 성인을 만족시킬만한 풍만한 수준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포비든 킹덤>이 가장 큰 밑천은 영화포스터가 말해주듯 마이클 안가라노가 아니라 성룡과 이연걸이다. 마치 성룡과 이연걸의 풍모를 고스란히 캐릭터로 반영한 듯한 <포비든 킹덤>의 루얀과 란은 그들의 동시출격만으로도 단연 흥미를 부른다. 어드벤처와 판타지, 그리고 성장드라마의 모든 장르적 기교가 동원됐음에도 무협고수들의 현란한 몸놀림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중반부에서 (원화평의 합에 맞춰) 이연걸과 성룡이 자웅을 겨루는 대결씬은 근래 보기 드문 무협영화로서의 현란한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포비든 킹덤>은 무협에 열광하는 미국소년의 특별한 취향처럼 할리우드 자본이 무협영화에 바치는 이색적인 오마주처럼 보인다. <포비든 킹덤>에 구미를 당길만한 관객이 누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도 그것이다. 그건 마이클 안가라노에게 눈길이 가지 않아도 성룡과 이연걸을 바라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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