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와 영화에 관련된, 사실 이 모든 소재들이 아우르는 전체적인 주제는 결국 난 무엇을 보며 살고 있는가, 혹은 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에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사실 난 정치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시국은 나로 하여금 정치란 사안에 지독하게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이건 괴로운 일이다. 욕나오는 일에 기웃거리는 만큼 정신 건강에 피폐한 일도 없다. 쌍욕을 발설하는 건 비분강개를 해소하는데 일말의 도움도 안된다. 입만 더러워질 뿐. 결국 남은 건 그 사안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감정을 가지고 사안을 바라볼수록 건강만 해롭다. 이건 내가 지독하게 이성적인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날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일 뿐이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대립이라는 말을 꺼냈다. 사실 정리가 확실히 된 느낌은 아니지만 일차적으로 뭔가 덜컹거리던 것이 살짝 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 자신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미루고 있던 글에 시간을 투자해봐야 할 것 같다.
2. 네오이마주에서 세미나를 시작한다. 백건영 평론가 님의 제의로 멋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첫 발제가 존 카사베츠라는 사실을 알고는 식겁하고 있다. 사실 너 같은 새끼가 어떻게 영화기자를 하고 있어? 라는 물음을 하루에도 12번 씩은 되새김질하는 입장에서 세미나는 좋은 훈육의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을 안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얻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법이다. 아무래도 빡세게 살게 될거란 예감이 반짝반짝해진다. 물론 옵저버가 되길 원했던 애초 의도와 다르게 지금은 살짝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일이라고 일단 나는 생각한다. 고로 한다.
3.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파한 술자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기사 아저씨와 우연찮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난 기이하게 잘 모르는 어른들과 말을 섞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대부분은 나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사안일지라. 물론 잦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 종종 나와 전혀 무관계한 어떤 사람과 말을 섞게 되는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것은 택시 안에서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다시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야구 소식에 화두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발생했다. 게다가 올해로 연세가 예순 넷에 달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오늘같은 날은 기이하게 특별하다. 경외감이랄까. 검사 아들이 있다는 할아버지 기사분은 이렇게 말했다. 자식한테 손 벌릴 수는 없지. 난 이상하게 저 말이 의미심장했다. 아, 난 저런 말 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은 자식놈이 있겠느냐, 라는 전제적 물음이 수반돼야 하는 조건이 따르지만. 어쨌든 멀쩡하게 늙고 싶다는 나의 막연한 바람엔 저런 떳떳한 태도가 부럽다. 저 나이 즈음에 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전대를 잡고 계시다는 할아버지께 난 물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뭘 다른 애들은 오후 4시부터 하는데, 난 그래도 7시간 밖에 안해. 그래도 주무실 시간인데. 나이 먹으면 밤에 잠도 안 와. 기이하게 정겨웠다. 날 예뻐해주셨다던 유년 시절 할아버지 생각도 났다. 택시에서 내릴 때 수고하셨다고, 운전 조심하시라고 인사드렸다. 오늘 같은 날은 기분이 좋다.
4. 강아지가 요즘 이상하다. 자꾸 먹은 것을 토해낸다. 사료를 바꾼 탓인가, 장염인가. 잘 모르겠다. 주변인들의 말로는 사료를 바꾼 탓이라고 한다. 사실 이 놈, 토만 할 뿐, 잘 뛰어다닌다. 결론은 아마 사료가 맘에 들지 않는다, 라는 것. 예전같으면 사료만 줘도 밥통에 코 박고 먹던 녀석이 거들떠도 안 본다. 억지로 입안에 쑤셔넣으려 했다가 손가락 제물로 바칠 뻔했다. 냅뒀다. 배고프면 먹겠지. 배고픈가 보다. 이제 먹는다. 굶주림엔 사람도 개도 없다. 여기서 공포는 사람도 개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생뚱맞지만 그건 진실이다. 어쨌든 병원비는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이 녀석 병원에 데려가면 목돈 날아간다.
2. 네오이마주에서 세미나를 시작한다. 백건영 평론가 님의 제의로 멋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첫 발제가 존 카사베츠라는 사실을 알고는 식겁하고 있다. 사실 너 같은 새끼가 어떻게 영화기자를 하고 있어? 라는 물음을 하루에도 12번 씩은 되새김질하는 입장에서 세미나는 좋은 훈육의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을 안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얻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법이다. 아무래도 빡세게 살게 될거란 예감이 반짝반짝해진다. 물론 옵저버가 되길 원했던 애초 의도와 다르게 지금은 살짝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일이라고 일단 나는 생각한다. 고로 한다.
3.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파한 술자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기사 아저씨와 우연찮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난 기이하게 잘 모르는 어른들과 말을 섞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대부분은 나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사안일지라. 물론 잦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 종종 나와 전혀 무관계한 어떤 사람과 말을 섞게 되는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것은 택시 안에서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다시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야구 소식에 화두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발생했다. 게다가 올해로 연세가 예순 넷에 달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오늘같은 날은 기이하게 특별하다. 경외감이랄까. 검사 아들이 있다는 할아버지 기사분은 이렇게 말했다. 자식한테 손 벌릴 수는 없지. 난 이상하게 저 말이 의미심장했다. 아, 난 저런 말 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은 자식놈이 있겠느냐, 라는 전제적 물음이 수반돼야 하는 조건이 따르지만. 어쨌든 멀쩡하게 늙고 싶다는 나의 막연한 바람엔 저런 떳떳한 태도가 부럽다. 저 나이 즈음에 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전대를 잡고 계시다는 할아버지께 난 물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뭘 다른 애들은 오후 4시부터 하는데, 난 그래도 7시간 밖에 안해. 그래도 주무실 시간인데. 나이 먹으면 밤에 잠도 안 와. 기이하게 정겨웠다. 날 예뻐해주셨다던 유년 시절 할아버지 생각도 났다. 택시에서 내릴 때 수고하셨다고, 운전 조심하시라고 인사드렸다. 오늘 같은 날은 기분이 좋다.
4. 강아지가 요즘 이상하다. 자꾸 먹은 것을 토해낸다. 사료를 바꾼 탓인가, 장염인가. 잘 모르겠다. 주변인들의 말로는 사료를 바꾼 탓이라고 한다. 사실 이 놈, 토만 할 뿐, 잘 뛰어다닌다. 결론은 아마 사료가 맘에 들지 않는다, 라는 것. 예전같으면 사료만 줘도 밥통에 코 박고 먹던 녀석이 거들떠도 안 본다. 억지로 입안에 쑤셔넣으려 했다가 손가락 제물로 바칠 뻔했다. 냅뒀다. 배고프면 먹겠지. 배고픈가 보다. 이제 먹는다. 굶주림엔 사람도 개도 없다. 여기서 공포는 사람도 개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생뚱맞지만 그건 진실이다. 어쨌든 병원비는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이 녀석 병원에 데려가면 목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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