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오브 막장. 정점을 찍었다. 막장드라마의 인기 속에서도 <아내의 유혹>은 단연 독보적이다. 10%대에서 시작된 시청률은 30%를 넘어 도무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불륜과 이혼은 물론 살인교사까지 서슴지 않는 드라마 앞에서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절친한 친구가 남편을 유혹하고, 그 남편은 임신한 아내를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다. 가까스로 살아난 아내는 복수를 다짐하는데, 그 복수라는 게 그 남편을 유혹하는 일이다. 그것이 이름하여 <아내의 유혹>. 이상한 건 눈가에 점하나 찍은 아내를 그 남편은 못 알아본다. 내 눈이 이상하나. 조만간 친어머니는 딸을 알아보더라. 역시 드라마가 이상하다. 따지고 드니 돌아오는 반응이 차갑다. 그냥 그런 거지. 저 남자가 멍청한 거야! 여기서 더 따지고 들어가면 나만 유치한 놈이 된다. 이건 그저 불구경이거나 싸움구경일 뿐이다. 적어도 내 것이 아닌 바에야 그 좋은 구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다들 옆집 불구경을 보듯, 싸움구경을 보듯, <아내의 유혹>을 구경한다. 못하는 거 없는 우리 서희는 우리 딸도 아니니 심각할 필요 없다. 찜질방에서, 사무실에서, 호프집에서도, <아내의 유혹>을 씹고 씹는다. 씹기 위해서 보고 듣는다. 다들 유치하다는 거 안다. 하지만 이만한 드라마라도 씹어대지 않고 배길 수 없다. 세상이 지독하게 막장이라 막장드라마라도 질겅질겅 씹는 낙으로 세상 버티는 게 서민들의 낙이다. 어릴 때 불량식품을 괜히 먹었나. 그저 싸고 달아서 먹었지. 사기도 쉽고 먹기도 편한 <아내의 유혹>이 왔다. 모두 하나씩 집어 들고 씹어댄다. 가장 만만한 쾌락에 쉽게 빠져든다. 세상을 등진 채 환각 속에서 분노하고 경멸을 던진다. 시대유감이다.
(프리미어 ‘FRANKLY SPE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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