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핸드폰을 바꾸셨다. 언젠가부터 핸드폰 키가 잘 안 눌러진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때때로 내 방으로 오셔서 이것 좀 보라며 안방으로 끌고 가면 으레 홈쇼핑채널에서 핸드폰을 팔고 있었다. 그 때마다 퉁명스러운 답변을 남기고 내 방으로 돌아섰다. 저거 별로 안 좋은 거야. 물론 홈쇼핑에서 파는 핸드폰은 시기가 지나 떨이로 팔법한 핸드폰을 생색내듯 공짜라 써 붙인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실상 당신의 핸드폰보단 좋은 것이었다. 난 그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께서 쓰시는 핸드폰은 내가 고3시절 장만한 것이었다. 나도 고3시절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졌는데 그 이후로 4번째 핸드폰을 쓰고 있다. 대략 9년 동안 3번 바꿨단 이야기다. 물론 한번은 군입대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교체였다. 현재 내가 쓰는 핸드폰 역시 3년 만에 바꾼 것이었다. 단지 3년 차이일 뿐인데 핸드폰의 성능은 신석기 시대에서 21세기로 급변해버린 것마냥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가 겪는 3년 만의 변화가 그 정도라면 어머니가 겪는 9년 만의 변화는 짐작이 안 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새로 산 핸드폰이 마냥 좋은가 보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계속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심상찮아. 마치 아이가 새로 산 장난감을 만지는 것처럼 설레는 것이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핸드폰보다도 못난 것을 들고도 불만 하나 없이 만지작만지작.
뭐 하나 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한 아들의 마음이 찡하다. 얼마나 대단한 걸 해주겠다고 항상 홈쇼핑 핸드폰을 천대했나 몰라. 물론 그것보단 좋은 핸드폰을 손에 쥐셨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은 핸드폰이 아니라 어떤 핸드폰이라도 상관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중요한 거지.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는데 살아서 곁에 계실 때 사소한 마음 씀씀이라도 잘하고 볼 일이다. 언젠가 호강시켜드릴 별나라 꿈을 꾸는 것보다 현실에서 살가운 아들 노릇하기가 더욱 그럴 듯한 일이다. 내가 어머니라도 좀 더 살가운 아들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어. 남편 잘못 만나서 평생 고생한 우리 어머니, 아들이라도 잘 만났어야 했을 것을 말야. 좋은 아들이 된다는 거, 알면서도 하기 힘든 일이야. 쉽지만 어려운 일. 하지만 이젠 좀 해봤으면 좋겠어. 좋은 아들 노릇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