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문제가 이상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의 본질은 시민의 세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느냐라는 투명성의 문제다. 이 사안부터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 이상 예술성의 대가 운운은 4대강급 삽질이고 뻘짓이다. 정명훈이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인가, 라는 이야기는 장외의 논쟁이다. 링 위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은 현재 불투명하게 남용된 세금 문제가 존재하는가, 실제적으로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시민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명제다. 이를 투명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앞으로도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공적 자금 문제는 '사치'와 '낭비'라는 단어로 묶여 손쉽게 몰락할 것이다. 시민사회와의 투명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는 이상 카라얀이 와서 지휘를 해도 인정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명훈의 예술적 가치를 운운하는 건 허공에 칼을 베는 격이다. 결국 중요한 건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시민사회에 설득할 수 있는 지표일 것이다.
확실한 건 서울시향에서 명확한 문제적 인간인 박현정 이사를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고상한 신에서 가장 몰염치한 인간들이 첨탑에 앉아 가장 천박한 방식으로 착취를 일삼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 근간이 드러났을 땐 명확히 제거해야 한다. 이 부분만큼은 박원순 시장이 확실히 힘을 써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명훈이 이명박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뒷배경이 무엇이었든 스스로의 정치적 결정이 사회적으로 평가받게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역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문제다. 물론 정권이 바뀌었으니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말은 후지고 어리석지만 과거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전범을 찬양한 주역이라는 비판은 필연적으로 값지다. 그것이 실제로 그가 했던 행위이고 스스로 쓴 칼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마저 정치적 공세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되레 자신의 정치적 윤리를 어필하는 것이니 상관할 바도 아니겠다. 하지만 최소한 진보진영의 논리를 어필하는 이가 주장하기엔 적절한 태도는 아닌 거 같다.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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