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연쇄아동살해사건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서 범인 검거를 독려할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덕분에 경찰 조직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총력을 기울이던 중,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 현장에서 경찰의 오발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게 전전긍긍하던 수뇌부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한다. 진범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진범이라 위장시킬 만한 대체자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의 연출자로 낙점된 건 광역수사대 에이스로 꼽히는 철기 반장(황정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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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말한다. ‘남편 군대 보내놓고 노래가 나오나?’ 친아버지도 말한다. ‘한 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 집 귀신이다.’ 순이(수애)는 그저 묵묵히 듣는다. 남녀의 관계질서가 군대의 위계질서만큼이나 일방적이던 시대상이 순이를 둘러싼 언어들만으로도 뼈저리게 감지된다.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것이 대수롭지 않던 시절, 순이는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즐겨 부르곤 한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순이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 절절한 가사는 순이의 현실과 지극히 동떨어진 낭만이라 기이하다. 베트남으로 향하는 순이의 ‘남편 찾아 삼만리’ <님은 먼곳에>는 순이가 즐겨 부르는 ‘님은 먼 곳에’가 대변하는 그녀의 본심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다. 결말부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궁극적 야심을 엄폐한 채 서사를 전진시키는 <님은 먼곳에>는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제가 사회와 가정의 기저를 완벽하게 억누르던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베트남에서 남근 지배적 체제의 졸렬함을 착실하게 구현함으로써 그것의 정곡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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