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안온하게 내리쬐는 산뜻한 외관의 풍경과 달리 깊게 그늘지듯 침침한 내부의 정경이 대조적이다. “이런 철창이 있을 곳은 세상에서 2군데 밖에 없다. 동물원과 여기.”대사가 지칭하는 그 ‘여기’란 곳은 바로 교도소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교화시켜서 내보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떤 범죄자는 그곳에서 걸어나갈 수 없다. 교도소는 사형을 집행하는 곳이기도 한 탓이다.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실행하거나, 확인한 이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집행자>는 제목 그대로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을 중심에 둔 영화다. 사형이라는 소재 내에서 사형수에 대한 인권을 논하기 이전에 그 제도적 행위를 지켜봐야 하고, 실행해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 제3자의 인권을 살핀다. 단순히 사형수에 대한 인륜적인 동정에 천착하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심리적 채무와 그 끝에 남겨질 반영구적 상흔을 살핀다. 무엇보다도 <집행자>는 사형이라는 제도의 본질적 문제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사형이라는 제도가 심각한 건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끊음으로써 반인권적인 처벌을 자행한다는 점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 제도적 차별이 부득이하게 제3자의 심리적 피해를 묵인해버리고 있다는 데서 보다 심각하다. 사형이라는 제도를 결정하는 건 헌법적 약속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의적 의사에 따른 법치적 행정은 어느 개개인들의 손끝을 통해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그 행위에 손을 담근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심리적 갈등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그만큼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할만한 <집행자>는 베테랑 교도관과 신참 교도관을 대비시키고, 범죄자에 대한 냉소한 시각과 동정적 시선을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프레임을 영화에 장치하고 이를 통해 사건의 양상을 발전시켜나간다. 그 과정에서 체제에 적응해나가는 신참 오재경(윤계상)과 베테랑 배종호(조재현)의 관계는 버디무비를 보는 듯한 흥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체제 속에서 사람의 본성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가는가라는 고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종종 자신이 짊어진 무게감으로부터 도피하려는 듯 지나치게 화기애애한 순간을 묘사하기도 하고, 가벼운 웃음을 매복시키기도 하며, 애틋한 감정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덕분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처럼 어색한 흐름이 발견되기도 하며 불필요하게 확장된 감정적 진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집행자>는 소재가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논지들을 단계적으로 나열할 뿐, 창의적인 형태로 발전시켜나가지 못한다. 일차원적인 연극적 상황을 연출해서 단조롭게 의미를 부각시키고 캐릭터를 통해 직설적인 감정을 쏟아내지만 훈육처럼 뻣뻣해서 깊게 마음을 끌어당기거나 흔들어 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형을 집행하는 광경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압력은 대단하다. 특히나 사형수 이성환(김재건)과 오랜 벗이 된 김교위(박인환)가 직접 그의 사형집행을 실시하는 순간의 페이소스는 <집행자>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시퀀스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 외에 사족과 같은 서브플롯들은 지나치게 선명해서 되레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느낌이다. 마치 교도소 안팎의 햇살과 그늘의 경계처럼 연출적 묘미와 의미적 전달을 중화시키지 못한 모양새가 흠이랄까.
플롯을 좀더 과감하게 정리했다거나 인물들의 감정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키지 않았다면 좀 더 확고하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사족 같은 감상이 남는 건 결국 어떤 좋은 취지나 의미만으로 영화가 완전해질 수 없다는 문제를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좋은 발언만큼이나 좋은 발성도 중요한 법이다.
사형은 그 제도적 처벌이 부득이하게 제3자의 심리적 피해를 묵인하고 있다는 데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품고 있다. 사형이라는 제도의 존폐가 심각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형수에 대한 인권을 논하기 이전에 그 제도적 행위를 지켜봐야 하고, 실행해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 3자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행자>는 분명 특별한, 그리고 중요한 시각을 제시하는 영화다. 단순히 사형수에 대한 인륜적 동정에서 벗어나 사형을 집행하는 자들에 대한 인권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집행자>는 종종 그 무게감을 떨쳐내려는 듯 화기애애한 순간을 묘사하기도 하고 애틋한 감정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덕분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처럼 과한 웃음을 짊어지기도 하고, 지나치게 의미를 확장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벌려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되레 영화는 상투적이다. 무언가 해보려고 애쓰기 때문에 오히려 식상해진다. <집행자>는 분명 의미 있는 영화다. 동시에 체제에 적응해가는 신참과 그 체제에 신참을 훈육시키는 베테랑의 관계가 흥미롭게 묘사되는 버디무비적 영화이기도 하다. 단지 교도소 안팎의 햇살과 그늘만큼이나 연출적 묘미와 의미적 전달을 잘 중화시키지 못했다는 게 흠이랄까. 보다 심플하게 서브 플롯을 자제했어야 하거나 인물들의 감정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키지 않았다면 좀 더 확고하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사족과 같은 감상이 남는 건 의미만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2년 전 인터뷰 당시에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도 그런가요?
예. 덕분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요가학원>촬영하기 전에 3개월 동안 요가를 배우러 다닐 때, 차를 끌고 다닌 적도 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닌 적이 더 많았거든요. 항상 요가매트를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어느 날 제 친구에게 전화가 온 거에요. 너 요즘 요가배우냐고. 그래서 그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까 누가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사진에 찍힌 건가요?
사진은 아니고, 글이 올라왔어요. 지하철에서 차수연 씨를 봤는데 요가매트를 옆에 끼고 신문을 읽고 있더라. (웃음) 그래서 아,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죠.
드라마도 2편이나 출연했는데 몰라볼 리 없죠.
그런데 그렇게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브라운관으로 얼굴을 노출됐을 때 얻게 되는 인지도는 때론 상상 이상이니까요. 실제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을 거 같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그렇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에요. 가끔씩 물어보는 사람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그냥 아니라고 하면 아닌가 보다 하고 그냥 가버려요. (웃음)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시군요. (웃음)
똑같죠. (웃음) 지금은 요가 때문에 살이 많이 빠지긴 했는데 그것 빼곤 다 비슷해요. 생활하는 것도 그렇고, 여전히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때 제가 장쯔이 닮았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 뒤로 이런 말을 또 들어보진 않았나요?
가끔씩 들어요. 아직은 누굴 닮았다는 말이 따라다니는 거 같아요. 아직까진 제가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거 같아요.
<요가학원>의 나니는 궁극적으로 마리오네트 같은 캐릭터입니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사람 같다고 할까요. 그만큼 철저하게 감정이 배제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감독님께서 제 이미지가 나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셔서 서슴없이 제게 그 캐릭터를 주셨지만 그 이후로 나니라는 캐릭터의 내적인 면을 어떻게 보여줘야 될지 서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공포에서는 선악이 분명히 나눠져야 되는데 보통 악역이라면 독하게 생겼거나 이미지가 센 사람들이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그 반대 이미지로 저를 캐스팅하셨으니까 조용하고 차가운 이면의 카리스마를 어떻게 뿜어져 나오게끔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소스들 중 하나가 말투라던가, 말을 하기 전과 후의 호흡이라던가, 아니면 나니 만의 걸음걸이나 동선들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정을 담은 대사는 자의적으로 호흡을 통제하거나 조율할 수 있지만,
음율이 있죠.
나니의 화법은 모든 음절이 또박또박하면서도 어절의 간격이 일정합니다. 상당히 기계적인 어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그런 화법을 설정하고 그에 적응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요가 선생님처럼 얘기하는 캐릭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 요가를 전담하셨던 진수원 원장님의 말투를 녹음해서 한 2주 동안 연습했어요. 그렇게 연습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나니라는 캐릭터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요가 강사처럼 얘기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고,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감독님께서 저에게 눈동자가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주셨어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과 함께 감정이 나오잖아요.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감정이 말로 묻어나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이하게 대사를 쳐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죠.
어쩌면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에서 기능적인 요구가 많았던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캐릭터의 화법 자체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고, 요가도 배워야 했으니까요.
정말 달랐죠. 일단 나니는 동선의 폭도 좁았어요. 인순과 비교해봐도 인순은 동적인 캐릭터라서 쉽게 눈에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나니는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제약된 상황이죠. 그런 가운데서도 중심축을 지키고 흔들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했죠. 아까 말했던 화법이라던가, 걸음걸이, 아니면 무드라(mudra, 수인), 만트라(mantra, 진언), 이런 것들을 몸에 익히는 게 참 힘들었어요. 그런 대사만으로 무서운 감정을 전달해야 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긴장돼있기보단 오히려 힘이 빠진 듯한 상태를 유지했을 때 관객에게 더 무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절대로 긴장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영화를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저를 버리고 제 몸부터 많이 바꿨어요.
요가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된 부분도 있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요가로 교정된 건 유연성이었죠. 보통 다른 친구들은 어깨가 많이 내려가 있는 편인데 저는 약간 솟은 어깨라 이게 어떻게 보면 항상 긴장돼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내리는 작업을 했고, 등을 약간 굽히고 다니는 버릇도 고쳤어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려면 정자세로 보여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건 다른 방식으로 원장님과 교정을 잡아야 했거나 따로 집에서 연습이 필요했어요.
요가는 해본 적 있었나요?
캐스팅 되고 나서 감독님과 미팅할 때, 감독님께서 요가는 접해봤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한번도 안 했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캐스팅이 넘어갈까 봐 3개월 정도는 해봤다고 거짓말했어요. (웃음) 그랬더니 감독님께서도 다행이라고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속으로 감독님께서 그렇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싶었죠. (웃음) 그래서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2~3주 정도 더 빨리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연습했죠.
몸을 움직이는 건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실 동적인 운동을 되게 좋아해요. 달리는 걸 좋아해서 러닝머신 뛰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취미로 재즈 댄스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요가는 한자리에 머물러서 몇 초 동안 한 동작으로만 있어야 하는 정적인 운동이라 저한테 너무 힘들었어요. 확실히 저는 동적인 운동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었던 거죠. (웃음)
그렇다면 나니의 어떤 매력이 차수연 씨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걸까요? (웃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독님께서 저에게 왜 러브콜을 주셨는지 딱 알겠던데요. 그러니까 어떤 역을 할 것 같으니 시나리오 한번 봐라, 단지 이런 이유를 떠나서 시나리오에서 나니 역을 보니까 어떤 이미지 때문에 감독님께서 제게 이 캐릭터를 주신 건지 알게 됐어요. 나니는 단면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적고 감정이 절제된 인물이라서 알 수 없는 신비스런 분위기가 풍기지만 몇몇 신에서는 발랄하고 밝은 모습들이 보여지기도 하고, 끝에 가서는 간미희를 배반했을 때 무너지는 모습까지 드러내잖아요. 이렇게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란 점이 끌렸어요. 아직 제가 많은 영화를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제가 쌓아놓은 경력 안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선물세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감정을 절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캐릭터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자신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아름답다>나 <보트>, <여기보다 어딘가에>같은 작품은 캐릭터의 감정적인 부분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고, 저도 감정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라서 그런 감정적인 표현들은 편했죠. 그런데 <요가학원>은 감독님께서 “마지막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그 전까진 모든 감정을 배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감정의 표출이나 감정적인 표정은 너무나 잘 보인다. 하지만 <요가학원>에서는 그런 감정을 상중하로 나눠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모든 감정을 배제한 상태로 얘기하고, 행동하면서 그런 마음으로 학원생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덕분에 <요가학원>을 통해 한가지 배운 거 같아요. 항상 표출만 할 줄 알았지, 그걸 어떻게 조절해야 할진 아직 몰랐으니까요.
지금까지 7편의 영화와 2편의 드라마로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3년 차 배우로서 적은 경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 인터뷰에서 그런 말도 했더군요. <요가학원>이 처음으로 러브콜을 받은 작품이라고요. 맞아요. 처음으로 러브콜을 받았어요. 저에겐 항상 미팅이 있었고, 오디션이 있었고, 감독님들께서 그 역할에 어울린다고 판단됐을 때 작품에 임했었죠. 그런데 <요가학원>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처음으로 러브콜을 받았어요. 그리고 나서 제가 하겠다고 답변한 다음부터 미팅이 이뤄졌고요.
그래서 더욱 영화에 애착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저한테는 좀 애정이 남는 영화에요. 이전까지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볼 땐 항상 제 자신이나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반적인 스토리나, 아니면 상대 배우와의 관계나 호흡 같은 제 개인적인 부분들이라던가, 전체적인 분위기 안에서 제 단점들을 잘 꼬집어서 봤었거든요. 저럴 땐 저렇게 하면 안 됐었는데, 이렇게. 그런데 <요가학원>은 너무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게 돼서 저는 그냥 다 괜찮더라고요. (웃음) 제 연기가 괜찮다기 보단 전반적인 영화 흐름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옛날 같은 경우엔 제가 어떻게 했다는 걸 제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가학원>은 주관적으로 보다 보니까 어디가 모자랐는지, 어디가 잘 안됐는지, 그리고 어디가 좋았는지, 더 듣고 싶어지는 거 같아요.
어쩌면 출연작 가운데서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첫 번째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예. 너무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어요. (웃음)
아무래도 전작들이 개봉할 때와 기분도 남다르겠어요.
그래도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작품 중에 제일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어느 무대에 서더라도 같이 긴장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섯 명이나 더 있다는 게 힘이 되더라고요.
오늘 오후에 무대인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관객 앞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기분도 남다르겠어요.
저는 지금까지 일반 관객에게 무대인사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이번이 처음으로 도는 거에요.
아, 그런가요? <보트>때도 하지 않았나요?
예. 저는 안 했어요. 제가 나름대로 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대중들에게 이미지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요. 아무래도 영화 관계자들이나 감독님들은 이제 제 이미지를 잘 알게 돼서 이번 년도부터 많은 영화 제의를 많이 받게 된 거 같지만 대중들에겐 <요가학원>의 나니가 차수연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사실 영화에서 나니의 전사가 조금씩 노출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부연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할만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측면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캐릭터의 과거를 추측하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었나요?
사실 원래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에게도 요가학원에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사연들이 담긴 과거 신이 있었어요. 시나리오 자체엔 더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감독님께서 그걸 영화에서 압축시키시다 보니까 배우들이 그런 설정만 인지하고 연기에 임해야 했어요. 다른 친구들 같은 경우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요가학원에 들어왔던 것처럼 저 또한 비슷한 콤플렉스가 있었고, 그와 함께 간미희와의 사연을 담은 전사가 있었죠. 아쉬운 부분이긴 해요.
영화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것 역시 딱히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설명이 불충분할 땐 그걸 표현하는 배우에게도 부담이 생길 수 있겠죠.
그런 갭을 줄이는 게 힘든 거 같아요.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좀 더 설명을 해줘야 이해되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있지만 작업하는 입장에선 이게 너무 지나치게 착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어디에 포인트를 줄지에 대해선 감독님만이 아시는 것이기도 하고요.
<요가학원>은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상업영화란 단어에 어울릴만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아무래도 전작들과 현장 분위기부터 차이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전작들에선 감독님과의 대화가 항상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요가학원>에서는 배우들도 너무 많고, 감독님도 따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전작들보단 적었던 거 같아요. 인디 영화나 저예산 영화라 할 수 있는 전작들 같은 경우에선 촬영장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들어갔거든요. 다만 <요가학원>같은 경우에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전작들보다 대화를 적게 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감독님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어요. 감독님께서, “다음 주에 이런 식으로 한번 해볼까” 하시면서 소스를 던져주시면 전 거기에 제 상상을 덧붙여서 감독님께 보여드렸고 그러면 감독님께서 또, “그것도 괜찮네?” 이러시고, “그럼 이런 식으로 접근해보면 또 어떨까?” 이렇게 다시 소스를 던져주시고, 계속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마치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처럼요.
전작에서는 항상 상대역이 남자였지만 <요가학원>에서는 오로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연기를 했습니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나니라는 캐릭터가 먼저 보이긴 했지만 그 주변에 캐릭터가 너무 많았어요. 그것도 남자가 아니라 여자 중심이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캐스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7명의 배우들이 다 모이면 정말 많은 불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았었죠. 여자 배우 2명만 모여도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진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그런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웃음) 그런데 2명도 아니고 7명인데 이게 과연 잘 풀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저희끼리 미팅을 했던 장소가 요가학원이었어요.
<요가학원>을 찍기 위해서 요가학원에 모였군요. (웃음)
예. 그렇게 1명씩 들어오면서 서로 인사하고 곧바로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 요가를 시작했죠. 서로 말로서 통성명하긴 했지만 그 사람의 이면을 보기 전부터 저희끼린 몸으로 같이 부딪힌 셈이죠. 사실 유진이 빼고 다들 요가를 처음 접해보는 거라서 모두 몸이 힘들고 지치는 상태였고 그래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요가 덕분에 서로에게 더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죠.
아무래도 요가 마스터를 연기하는 만큼 영화상에서 보다 숙련된 요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요?
정말 부담이 많았어요. 저는 요가가 처음이라 <요가학원>에 캐스팅되고 나서 남들보다 3주 일찍 매일 4시간씩 원장님과 혼자서 연습을 했었죠. 제가 3주 동안 열심히 했다지만 좀처럼 되지 않는 동작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3주 만에 될 수 있는 동작들이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3주 후에 다른 친구들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유진이가 오자마자 한번에 제가 못했던 것들을 하는 거에요. 유진이는 5년 전부터 요가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보니까 제가 3주 동안 했던 것들이 너무 허탈해지고,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어요. 그때 당시 실력으로 보자면 유진이가 마스터를 해야 되고 제가 유진이 역할을 해야 했던 입장이었던 거죠. 제가 그토록 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던 동작을 유진이가 한번에 하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무너져버렸어요. 그 3주 동안 한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그때 술 한잔 했어요. (웃음) 그리고 어느 정도 집착은 버렸어요. 이게 금방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구나, 그러니 3개월 안에 최선을 다해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천천히 다시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기능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심리적으로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영화에선 나름대로 제 몫을 해낸 느낌인데요. 힘들었던 만큼 만족감도 크지 않았을까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작업이었어요. 제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소재였으니까요. 요가 초급 과정의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선생으로서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당연히 3개월 안에 그 정도 수준으로 피치를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그만큼 몸도 힘들었지만 캐릭터로서 중심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이 많았죠. 그런 덕분에 나니에게 많이 배워가게 된 입장이 됐어요. 저를 바꾸게 된 입장인 거죠. 덕분에 몸도 많이 밝아졌고, 이렇게 저를 자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제 안에서 여러 가지로 차수연이란 배우를 업그레이드시켜준 영화가 된 거 같아요.
혹시 <요가학원>에서 욕심 나는 다른 캐릭터는 없었나요?
저는 나니가 좋던데요. (웃음) 물론 개인적으로 <요가학원>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는 인순인 거 같아요. 인순의 강박증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 분들도 다 갖고 계실 거에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갔죠. 마치 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 같아요.
<요가학원>은 외모지상주의 세태를 공포로 치환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여성들이 느끼는 강박도 많이 묘사되고요. 사실 차수연 씨와 같은 배우들이야말로 외모에 대한 강박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 아닐까 싶은데요. 혹시 지금까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낀 적은 없나요? 물론 지금도 충분히 예쁘시지만. (웃음)
저도 외모적인 콤플렉스는 분명히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희는 얼굴이 먼저 보여지는 사람이고 그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에게 눈길이 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예뻐서 눈에 띄는 연기자나 배우가 있는 반면에 너무 예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연기적인 매력이 갖춰졌기 때문에 얼굴 자체가 아름답게 보이는 배우도 있는 거 같아요. 갈 길이 다 다른 거죠. 사실 너무 예뻐서 그 배역이 잘 안 보이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너무 예쁜 게 죄인거지. (웃음) 캐릭터가 보여야 되는데 너무 예뻐서 배우의 얼굴이 보이는 거죠. 저도 너무 예쁜 배우들을 보면 너무 예뻐서 캐릭터가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얼굴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눈에 띄게 예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 관계자 분들에게 종종 어느 캐릭터를 맡더라도 그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그만큼 저는 캐릭터가 잘 스며들 수 있는 베이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의 내면적인 부분을 보여주는데 보다 유리한 입장이고 그만큼 연기적인 수준을 많이 끌어올려주면 제 얼굴이 아름답게 비춰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장단점이 있는 거죠. 단지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되는 거 같아요.
차수연 씨도 눈에 띄게 예쁘신 것 같은데요. (웃음) 예전에 전도연 씨를 닮고 싶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그만큼 자기 역할에 헌신적인 배우를 선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배우로서 너무 망가졌다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때로 꺼려지는 일이 아닐까요.
<요가학원>이전에 <집행자>를 찍을 때 윤계상 선배랑 베드신이 있었는데 그 신에서 우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옆 방에서 조용히 하라면서 벽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캐릭터가 좀 당차서 너나 조용히 하라면서 막 소리지르고 도리어 그 벽을 치는 모습이 나와요. 그 한 샷을 찍고 나서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나는 오케이지만 네가 한번 봐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왜요? 저는 괜찮은데요.” 그러니까 감독님께서, “아니, 여배우가 이렇게 안 예쁘게 나오면 본인에게 좀 그렇지 않아? 다시 찍을래?” 하시는 거에요. 사실 어떤 분들은 카메라에 예쁘게 비춰질 수 있는 각도를 잘 알아서 스크린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그 각도로 비춰지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솔직히 저는 그 캐릭터로서 확실하게 보이는 게 얼굴이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배우로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연기적으로 노력하고 자기 계발을 해서 제 캐릭터가 잘 보이게 되면 그게 저를 아름답게 보여줄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런 배우가 예쁘게 보이고요. 어쩌면 그게 저와 다른 배우들의 차이일지도 모르죠.
<집행자>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집행자>에 차수연 씨가 출연했다는 건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았습니다. 남자배우들에 대한 정보만 공개됐더군요.
홍일점이에요. (웃음) <요가학원> 들어가기 전에 촬영은 다 마친 상태였고요. 올해 11월에 개봉될 거 같아요.
올해에 개봉작 가운데 4편이나 차수연 씨의 이름이 올라가는 셈이군요.
혹시 <보트> 보셨어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고의적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차수연 씨 출연작은 다 봤습니다.
와! (웃음)
2년 전 인터뷰에서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캐스팅 배경이 하정우 씨의 추천 덕분이라고 하셨죠. 그리고 <보트>에서 하정우 씨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배우와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게 편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2년 전만 해도 하정우 씨는 떠오르는 신인이었지만 이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됐고요. 그걸 옆에서 지켜본 입장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정우 오빠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옆에서 보면 배울 점도 많고, 연기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신 분이니까요. 에너지가 정말 넘치는 배우에요. 그리고 저도 그 에너지를 받아서 더 좋은 에너지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배우인 거 같고요. 우선 촬영장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배우인 거 같아요. 저는 제 것 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아직까진 그런 여유가 없지만 정우 오빠는 그런 여유로 현장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연기에서도 자연스럽게 여유가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얼마나 치밀한 계획과 설정들을 갖고 연기하시겠어요. 저는 아직 많은 경험이 적은 배우라서 여전히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은데 옆에서 오빠가 그런 부분들을 집어주기도 했어요. <보트>에서 담배 피는 연기를 할 때,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을 만큼 과하다 싶은 제안까지 주더라고요. “혀로 끄면 참 임팩트 있겠다.” (웃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제가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아니면, “담배를 피우고 나서 컵에 집어넣어봐. 그럼 좀 살 것 같은데.” 그렇게 사소하지만 제가 섬세하게 잡아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살짝 건드려주곤 했죠. 너무 감사했어요.
<오감도>에서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셨죠.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이라 점만으로도 멜로 연기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요?
<오감도>촬영은 4일 동안 했는데 아직 저에겐 짧은 시간에 그 배역으로 빠져들 수 있는 노련미가 없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그저 허진호 감독님을 믿고 멜로라는 장르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했던 거죠. 그래서 사실 <오감도>인터뷰 때는 기자 분들에게 재미있게 말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오감도>에서 귀신 역할을 맡았고, <별빛 속으로>에서도 귀신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요가학원>도 사실 귀신에 가까운 역할이었죠. 아무래도 차수연 씨의 인상이 주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저는 차수연 씨의 눈동자가 그런 감상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기자 분들이 도리어 저한테 자신의 신비스런 이미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 같냐고 물어보시곤 하는데 저도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 눈동자에서 묘하고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나온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니까요.
본인이 대답하기엔 좀 쑥스러운 답변이잖아요.
저는 했는데! (웃음) 사실 감독님들께서 다들 그렇게 얘기하셔서 제가 스스로 캠으로 저 자신을 찍어봤어요. 그렇게 보니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제 까만 눈동자가 흰자 부분을 좀 더 많이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좀 묘한 느낌으로 발산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큰 눈이 아닌데도 좀 더 커 보이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생기는 거 같고요.
사실 지금까지 신비스럽거나 차갑고 속 모를 느낌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각인시킨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아니요. 저는 저에게서 제일 처음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그런 것이라면 먼저 그런 이미지로 성공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잘 하고,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정확하게 보이면 이제 또 다른 이미지를 제 안에서 찾으려고 하겠죠. 예를 들어서 정우 오빠는 <추격자>에서 살인자 역할로 성공했잖아요. 그 이후로 살인자 역할은 이제 안 들어온다고 해요. 그런 것처럼 저도 차갑고 신비스런 이미지로 정확히 쐐기를 박아주면 그 다음엔 감독님들께서 또 다른 이미지의 저를 원하지 않으실까요? 제 안엔 또 다른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 때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