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품은 때로 장르적 경계를 넘어서 영향력을 행사하곤 한다. 뮤지컬에서 영화로 변주된 <오페라의 유령>이나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은 작품은 너무도 유명하고 활자에서 영상으로 치환되는 유명 소설의 예는 방대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비틀즈(Beatles)의 음악과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나 퀸(Queen)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은 뮤지컬 ‘We will rock you’처럼 그 영향력은 형태의 판이함조차 무난하게 극복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무대와 스크린, 음악과 연기, 그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반 조건은 컨텐츠의 육체를 입고 변형되는 소스의 기본 자질이다. 특히 오늘처럼 하이브리드와 크로스오버의 유통이 활성화된 시대에서 훌륭한 작품은 장르의 형식을 초월해 다양한 양식으로 거듭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스웨디쉬 팝(Swedish Pop)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ABBA)’의 노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유명 뮤지컬 ‘맘마미아!’ 역시 훌륭한 컨텐츠의 변형 유통 생산과정을 거친 모범전례라 할만하다.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로 16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공연된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가 이제야 비로소 무대 공연이 아닌 스크린 상영의 단계로 옷을 갈아입었다. 게다가 2004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로 7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전례가 있는 만큼 <맘마미아!>의 영화화 소식은 결코 국내 관객에게도 무심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스의 한 섬에서 오래된 호텔을 경영하는 도나(메릴 스트립)의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아버지로 추측되는 어머니의 옛 연인 세 명에게 결혼을 앞두고 편지를 보내 그들을 초대한다. 결국 중년의 세 남자가 섬을 방문함으로써 그들과 그녀들 사이에 묘한 사건들이 펼쳐진다는 <맘마미아!>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 뮤지컬만큼이나 발랄한 넘버들로 채워진 유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리스 섬을 둘러싼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만큼이나 싱그러운 뮤지컬 넘버들이 유명세만큼이나 연기되고 노래되는 배우들의 목청으로 재탄생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 역시 눈과 귀가 즐거운 호사임에도 틀림없다. 게다가 캐스팅 자체가 이 영화의 야심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미 근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비롯한 과거 여러 작품에서 발군의 노래 실력을 뽐낸바 있는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와 같은 배우들이 관록 있는 보컬을 선사하고 소피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 청량한 화음을 더한다.
연출의 평이함은 이 뮤지컬의 유명세에 따른 기대감을 다소 중화시킨다. 넘치는 야심에 비해 특별함을 과시해야 할 몇몇 장면들이 지극히 안일해 보인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던 현란한 율동을 영화적으로 재연해보고자 한 야심들은 스크린의 평면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다소 비약적인 상황만을 제시할 뿐 정리되지 못한 산만함을 드러낸다. 평면적인 스크린에 무대의 입체적 양식을 구사하지 못하고 강요하는 꼴이다. 특히 급작스러운 전개와 함께 펼쳐지는 초반부엔 극중 몰입이 쉽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배우의 개인적 동선이 군무로 확장될 때 종종 세련된 무대 매너가 연출되지 못하고 스크린을 채운 배우들의 수적 우위만이 확인된다.
그 모든 악재를 무시하고 싶은 건 끝내주는 뮤지컬 넘버들 덕분이다. 걸출한 배우들의 목소리로 레코딩된 사운드 트랙은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물건이다. 장면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상쇄되는 건 그 음악들이 발군의 엔터테인먼트적 충족감을 주는 덕분이다. 특히 메릴 스트립은 가히 독보적이다. 물론 때때로 말괄량이처럼 구는 그녀의 모습은 어색함을 유발하지만 그런 극히 일부의 상황을 배제한 대부분의 장면들은 장면의 평이함에 깊은 감흥을 불어넣는다. 특히 샘 카마이클(피어스 브로스넌)을 바라보며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부르는 후반부는 잊을 수 없는 관록의 깊이를 발산한다.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충만하게 뒤엉키던 초반부의 어지러움은 덕분에 후반부로 접어들며 안정을 찾는다. 훌륭한 배우들과 그들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좋은 노래들 덕분에 <맘마미아!>는 뮤지컬의 명성을 따라잡지 못해도 사랑스러운 영화로 거듭난다. 특히 결말부 엔딩 크레딧과 함께 펼쳐지는 특별한(?) 공연은 흥겹다. <맘마미아!>는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처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맑은 감격을 줄만한 영화다. 그리고 상영관을 빠져나가는 관객을 미소 짓게 한다면 충분한 값어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