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잘 만들어줘서 고마운 영화가 있습니다. <소원>이 그렇습니다. <소원>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것도 끔찍한 실화이지요.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기획된 영화들은 그 현실을 담보로 삼아서 관객의 공분을 이끌어내고 소비하기 쉬운 형태로 기획되곤 합니다. 영화가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과 그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분노를 발화시켜서 관객들의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통증에 대한 공감은 쉽게 무마됩니다. 아마 당신은 그런 영화들 앞에서 여러 번 끓어올랐을 겁니다. 하지만 끓는 점을 지나면 증발하게 되는 법이지요. 그런 종류의 분노는 상영관을 나와서 쉽게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그 분노는 당사자들을 위한 위로보단 영화적 소비를 권장하는 전략에 가깝기도 합니다. 일종의 스포츠 경기에서 비롯되는 흥분과도 유사합니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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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구체 일부의 이미지로 가득 채워진 아이맥스 스크린의 압도적인 시각적 자극과 반비례하듯 청각적 자극을 완벽하게 말소시키는 적막함으로부터 <그래비티>는 시작된다. 우주로부터 날아온 시점숏을 통한 시각적 체험과 함께 음파를 전달할 공기가 없다는 청각적 체험이 동시에 진행된다. ‘우주를 보고 있다가 아니라 스크린 속의 우주에 포함돼있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경이로운 우주의 풍광 속에 잠재된 공포가 그 신비를 목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구처럼 달려드는 순간부터 <그래비티>가 그리는 진짜 우주를 목격할 수 있다. 무중력, 무산소, 무기압이라는 의 바다에 빠진 한 점 같은 인간의 처절한 사투를 보고 있노라면 무기력이라는 단어의 공포가 생생하게 환기된다. 우주 그 자체가 괴물처럼 느껴진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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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여자, 정유정

I WANT TO LIVE!

정유정의 문장들은 주춤거리지 않는다. 기차처럼 내달린다. 그 문장들로 끊임없이 생사의 기로를 건넌다. 죽여준다. 그리고 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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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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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택시 기사들의 생계가 어려운 이유는 택시 기사의 과도한 사납금 때문인데 정부는 택시비를 올렸다. 그렇다면 택시비 상승이 택시 기사의 이윤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결국 택시 회사의 사납금 상승으로 이어졌고, 택시 기사의 생계는 여전히 팍팍하고, 서민들의 주머니만 더욱 털릴 판이다.

 

2.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정책을 통과시킨 위정자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문제의 근본을 살피지 않고, 사실은 살필 생각도 하지 않는 자들이 손쉽게 정책을 주무르니 문제만 심화된다. 서민의 삶이라는 건 그들에겐 안데르센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다른 세계의 현실일 뿐일지도.

 

3. 가끔씩 택시 기사들을 위해서 택시비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저 위정자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아마 그들이 IMF 때 가진 자들이 달러 두둑이 챙겨서 환 치기 할 때 애꿎은 서민들에게 금이빨도 떼어서 나라를 도와줘야 한다고 어르신들도 부추겼을 이들의 표정과 닮았을 거다. 정책적 오류가 불러낸 사태에서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이들은 위정자들의 삶을 배려하는데 일차적으로 기여하는 이들이다. 마더 테레사의 탈을 쓴 근본주의자들의 횡포는 평화가 아니라 공포를 주입한다. 그리고 결국 모두의 삶을 악화시키고 위정자의 질서를 숭배하도록 이끌지.

 

4. 택시비를 현금으로 내건, 카드로 내건,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로 제시한 사항이니 결정은 당사자가 할 일이다. 이에 대해서 틱틱거리는 택시 기사의 삶이 팍팍하건 말건 알게 뭐냐. 택시 기사들의 문제를 외면하자는 말이 아니라 방향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거지. 문제는 근본이 개선돼야 할 사항인데 자꾸 수면만 건드리면서 자뻑하지 말라는 거다. 택시비를 현금으로 내는 것이 택시 기사의 삶의 풍요를 돕는 것이라 자뻑하는 건 거지한테 던져준 오백 원짜리로 세상을 구원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심지어 자기가 탄 택시가 개인 택시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주제에. 게다가 행정구역마다 차이는 있는데 택시비 5~6천원 정도는 카드 결제해도 행정시에서 수수료 변제해준다. 미안하지만 그 배려가 사실은 헛발질이었단 거야.

 

5. 까놓고 말하면 근본적인 관심은 없지만 그 정도 자선 의식으로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는 셈 아닌가. 물론 모든 일에 사사건건 깊게 관심을 가져야만 하도록 이끄는 이 빌어먹을 나라의 피로 권하는 사회가 문제겠지만. 어쨌든 이 땅의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돼서 길거리에 나앉아봐야 서러움을 공유할 줄 안다는 거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그런 사연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확률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별로 인지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OECD 가입국 중에서 대한민국만큼 사회안전망이 최악인 나라도 찾기 드물다는 건 왜 아무도 몰라. 타인의 불행에 어느 정도 관심을 공유해야 하는 건 그게 나를 비롯한 가까운 누군가의 불행이 되기 너무 쉬운 사회에 앉아있기 때문이라는 거라는 걸, 이젠 좀 알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타인의 불행에 어느 정도 관심을 공유해야 하는 건 그게 나를 비롯한 가까운 누군가의 불행이 되기 너무 쉬운 사회에 앉아있기 때문이라는 거라는 걸, 이젠 좀 알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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