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가 돌아왔다

도화지 2015. 4. 19. 23:37

새끼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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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감이 끝났다. 홀가분하다. 하지만 대단히 좋아서 죽을 거 같다거나, 그렇진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이 4월 17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이 맘 때엔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어졌고, 오늘 같은 날엔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화가 나는 건 같은데 조금 다른 건 울적하다는 느낌 같다. 흐느낌 같은 것이 하루 종일 내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 생각해 보니 어제, 비도 왔다. 눈물 같은 하루였다.

2. 집으로 오는 길에 필연적으로 광화문을 지난다. 광화문에서 경복궁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경찰 차벽으로 인해 완벽하게 봉쇄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새벽 4시가 넘어서인지 통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 중이라는 광화문 앞과 헌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 주변엔 경찰차들이 촘촘하게 서있었다. 택시가 마치 섬 사이를 지나가는 배와 같았다. 저 너머에 사람이 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오늘을 기다리며 철저하게 대비했음을 보여주듯 놀랍도록 철저하게 봉쇄된 광장 주변의 풍경이 암담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구상한 게 저것이란 말인가.

3. 광화문 인근에 사는 탓에 세월호 유가족이 머무르는 텐트를 필연적으로 자주 봤다. 봄이 끝나갈 무렵에 세워진 텐트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까지 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텐트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텐트도 정확히 지구와 함께 태양을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데 몇 걸음 걸으면 다다를 수 있는 청와대 앞으로 유가족은 갈 수 없었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내년에도 태양을 한 바퀴 돈 세월호 유가족의 텐트를 보게 될까. 어쩌면. 아니, 혹시라도. 혹은 제발.

4. 지난 1년 동안 세월호는 끊임 없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끝끝내 떠오르는 단어였다. 서울에 있다가도, 부산에 있다가도 진도 앞바다를 생각했다. 나는 잊는 게 두려웠다. 그리고 내가 잊지 않아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다. 그 두려움을 통해 그 날을 끊임 없이 떠올려야 할 것 같았다. 추모의 의미로 달았던 노란 리본은 강력한 상징이 돼서 떼낼 수 없는 것이 됐다. 평생을 바쳐 추모해야 하는 무언가가 됐다. 내가 어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점점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게 죄를 짓는 것만 같다. 물려줄 죄만 늘어가는 세상이다. 우울하다.

5. 세월호 유가족이 한 말이 각인된다. “박근혜는 죽으면 자식이 없겠지만 나라에서 장례를 치러주겠지. 하지만 나나 부인은 거둬줄 사람이 없다. 내가 박근혜보다 나이가 적다. 죽을 때까지 두고 볼 것이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광장에 서서, 광장이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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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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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한 언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을 때 이를 둘러싼 총체적인 매커니즘에 관해 취재해서 긴 기사를 썼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뒤늦게 마지막으로 강호순의 얼굴 공개에 탑승한 MBC 보도국 관계자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 입장에서는 위법성보다도 기사로서의 의미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불법적인 보도가 면책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법률적 판단과 무관하게 언론 입장에서 기사적 가치를 판단하고 보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JTBC <뉴스룸>이 성완종 회장의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도 이런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국 방송의 보도윤리란 일반적인 사회적 윤리와 완벽하게 동일한 궤에 놓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정보원의 엠바고를 무시할 수 있는 완벽한 논리일 순 없겠지만 알 권리를 바탕에 둔 보도윤리를 중점에 두고 보도방침을 해석하고, 결정하는 뉴스 관계자의 기류를 판단할 때 참고할만한 사항은 되겠다.


이번 사안이 향후 <뉴스룸>의 행보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는 모르겠으나 <뉴스룸>이, 본질적으로 손석희가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된 건 확실해 보인다. 아마도 이런 판단을 내린 손석희도 잘 알고 결정한 사항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정말 멍청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다. 그럴 리는 없지 않은가. 그만큼 손석희는 녹음 파일 공개가 언론으로서의 직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건 손석희의 직업정신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활시위가 될 것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건 <뉴스룸> 보도국이, 손석희가, 사회적 윤리를 배반했다고 논할 이들을 정서적으로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인데 그 국면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겠다. 그리고 그만큼 막중한 사안이라 판단했을 손석희의 믿음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결국 아무도 모를 것이다. 손석희의 판단에 온전히 동의할 순 없지만 나는 언론인으로서 그가 내린 판단은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선으로 그의 자리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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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무한도전>토토가가 잠자던 90년대의 감성을 건드렸다. 90년대 대중음악이란 지금 어떤 의미인가. 90년대 대중음악을 듣고 자란 세 사람이 모여 썰을 풀었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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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이민기와 여진구는 유쾌하게 웃고, 떠들고, 소리쳤다. 열두 살이란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마치 함께 하니 무서울 것이 없는 친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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