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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영화는 항상 김기덕으로 수렴한다. 김기덕의 영화를 논리정연한 서사의 텍스트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근래 발표하는 작품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의식의 흐름에서 비롯된 추상적 퍼포먼스를 씬과 씬 사이에 이어 붙이곤 하는 김기덕의 영화를 서사적 논리의 연속성을 염두하고 쫓아간다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것은 ‘김기덕’이란 고유명사적 자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지극히 사적인 관념 안에서 응축되거나 확장된 추상적 자의식을 추적하기란 편한 일이 아니다. 때때로 사소한 미장센조차도 잠재적 의미가 존재하리라 의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확한 해석은 결국 그 해석의 대상만이 지닌 것일 수밖에 없다. 결국 관찰자의 추론은 그 의식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영화 <비몽>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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