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 넘치다.

time loop 2008. 10. 13. 23:33

도무지 메워지지가 않아. 하루 동안 달래고 달래도 마음이 요동친다. 가슴 가득 풍랑이 들어찼다. 열 번은 출렁였다.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머리가 아프고 눈이 무겁다.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 흘러 넘치는 걸 주체할 수 없어저 약 좀 주세요. 손님, 시간이 약입니다. 그렇구나. 체한 데만 약이 없는 게 아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한번 비워내고 나면 금새 들어차 흘러내리니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나를 지탱하던 한 세계가 사라졌다. 반쪽만 남아 너덜너덜해졌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마음이 손가락질한다. 할말이 없다. 고개 숙이고 오열했다. 아무래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달려오는 지하철을 바라보고 문득 흔들렸다. 괴롭지만 살아야 돼. 아니, 그전에 아직 끝나지 않았어. 파편처럼 파묻힌 설렘 하나가 고개를 불쑥 든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데 나만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 네가 없는 세상이란 게 이런 거구나. 또 한번 되새긴다. 아프다. 그리고 또 한번 흘러넘쳤다.

 

그러니 제발, 안녕이라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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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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