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0

time loop 2010. 3. 21. 00:41

1.       최근에 도인을 몇 번 만났다. 그러니까 어디였더라. 어쨌든 한 번은 이틀 전 종로였고, 한번은, 역시 어디였더라. 기억나지 않아. 어쨌든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지. , 이제 아, 저기 잠시만요, 이렇게 접근하는 여인네들만 봐도 난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 하고 그냥 지나가버리건만, 은근히 찝찝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대체 너희들은, 내가 뭔가 심각한 고민에 놓여 있을 때, 곧잘 나타나더구나. 신기한 일이야.

 

2.       담배 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농담 아님. 그냥 갑자기 담배 핀다는 게 어지간히 귀찮아졌음. 게다가 황사 바람 맞으면서까지 내가 이걸 피워야 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라. 게다가 늦은 오후가 되면 오전에 뿌린 향수 냄새는 어디 가고, 담배 냄새만 남았느냐. , 싫어.

 

3.       피렌체 간다. 불과 4일 남았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프리미어 마감하고, 비욘드 원고 다 처리하고, 리뷰도 2개 써줘야 하고, 정산도 있고, 기획회의 준비도 해야 하고, 현지 포토 섭외도 해야 돼! 걱정이다. 피렌체에 대한, 내가 묵을 협찬 호텔에 대한 공부도 좀 해야 하는데, 나 어떡해. 게다가 외국은 처음인데, 게다가 비행기도 처음인데. 후후, 나 좀 짱인 듯. (미친 거냐.) 어쨌든 피렌체 간다니까 부럽다는 사람 많다. 그래, 안다. 나도 참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하지만 한편으로 두려움이 더 크다면 돌 맞을까. 사실이다. 난 외국도 처음이고, 그 처음을 업무로 간다 하니 더욱 긴장되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는 훼이크고 어쨌든 무겁다. 내 영어가 좀 짱인 것도 아니고, 가서 국제미아나 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소매치기 당하는 건 아니겠지. 지갑을 옷에 꿰매야 하나.

 

4.       이상한 일이다. 바쁠수록 술이 당기고, 놀고 싶고, 퍼진다. 무념무상 모드로 빈둥거리다가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스퍼트를 내곤 한다. 이번 달은 좀 뭐가 많긴 했다. 주기적으로 리뷰를 쓰는 곳은 원래 있었지만 오다 가다 리뷰를 간혹 쓰게 된 공간이 따로 마련됐고, 조만간 칼럼도 쓰게 될 것 같다. 예정됐던 프리미어 시즌북 마감에 가까운 자리에 앉은 선배에게 외고 하나가 날아왔다. 그러니까 비욘드 마감 끝났더니, 이 마감, 저 마감, 최 마감, 박 마감……마감의 연속이다. 지난 1월과 비슷한 상황이랄까. 나쁘진 않다. 글을 쓴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 다만 내가 그럴 역량이 있는지, 혹은 내가 제대로 매진하고 있는지, 종종 헷갈린다. 어쨌든 이번 일요일이 지나면 마감 하나는 끝나 있어야 하고, 리뷰 하나도 나와있어야 한다. , 이래저래 쉽지 않구만. 일상이 마감이라니, 이래서야 쓰겠소. 그래, 개처럼 써서 개처럼 벌고, 개처럼 죽나? 아놔.

 

5.       회사에 들어온 지 어느 새 4달 째다. 벌써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빠른 듯 하지만 시간을 꽉 채워서 4달을 걸어왔다. 20대의 마지막 해도 9개월이 남았다. 남은 9개월도 꽉 채워 보내리.

 

6.       건강이 확실히 안 좋아졌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술을 마셔도 다음 날 회복이 더디다. 술자리에서도 매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물론 여전히 난 취하지 않고, 취하는 듯 해도 어떻게든 버틴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운동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육체의 나이도 서서히 여름의 끝으로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29살에 여름의 끝은 개뿔, 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육체의 노화는 20대 후반에 시작된다. 그러니까 실상 30대부터 긴 가을에 접어드는 셈일지도. 얼마 전 목디스크 경고를 받았고, 올해 초에 다친 손목은 비가 오니까 얼큰하고, 검지손가락은 여전히 묵직하며, 무릎도 종종 뻐근하고, 허리 정중앙이 묘하게 결린다. 뭐지, 60대 할아버지 포스는. 일단 정말 담배부터 끊어볼까. 

 

7.       농구하고 싶다. 농구하고 싶어. 농구하고 싶다고. (해리처럼 읽어야 효과 만점)

 

8.       집에 <무소유>가 한 권 있다. 5초 정도 고민했다. 팔까. 법정 스님, 죄송. 그런데 말이다. 이건 아이러니 아닌가. 무소유를 위해서 책을 절판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갖기 위해 아비규환이 됐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무소유>에 신경도 안 쓰던 사람들이 어째서 그 책을 못 찾아서 안달인 거냐. 알 길이 없다. 법정 스님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셨을까. 어쨌든 법정 스님은 바라밀다로 가셨고, 그런 의미에서 진짜 팔까. 법정 스님, 다시 죄송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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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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