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속해온 래리(톰 행크스)는 어느 날, 회사의 상부로부터 일방적인 퇴직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래리는 새로운 직장을 찾고자 동분서주하지만 그를 원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그는 중고매매상인 이웃의 권유로 대학 입학을 결심하게 된다. 대학강사 테이노(줄리아 로버츠)는 이른 아침부터 스피치 강의에 나서야 한다. 의욕도 없는 그녀에게는 고역 같은 의무다. 하지만 수업을 신청한 학생 수가 10명을 채우지 못했기에 폐강을 알리려던 찰나, 부랴부랴 강의실로 들어서는 중년의 남자와 마주친다. 래리와 테이노는 그렇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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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 지배하는 세계에 불시착한 사람들. 그 세계에서의 탈출을 고대하며 행동에 옮기던 그들은 자신이 발 디딘 땅의 정체를 알아버린 뒤, 자신의 안식을 위해줄 영토가 없음을 절실하게 체감한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블의 원작을 영화화한 <혹성탈출>의 충격적인 결말은 인간사와 지구사를 동일시해온 인류에게 있어서 경종을 울릴만한 사건이었다. 1968, <혹성탈출>이 첫 작품의 상영 이후로 여섯 편에 달하는 시리즈로 진전된 것도 그런 반향이 만들어낸 추진력 덕분이었다. 물론 이 시리즈가 시초가 된 첫 작품 이후로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을 포함한 어떤 것도 그 이상의 흥미를 자아낸 것은 아니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하, <진화의 시작>)에 대한 흥미와 의심의 눈길이 모이는 것도 그런 전례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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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익혀도 과거에 응시할 수 없고, 무예를 익혀도 나라를 훔칠 수 없는 신분. 인조반정의 피바람에 휘말려 역적으로 몰락한 자손으로서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지만 시대는 그를 무기력하게 억누른다. 학문도 무예도 남이(박해일)에게는 덧없는 미망과 같다. 그래도 하나뿐인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아끼는 그에게 자신을 거두어준 은인의 아들인 서군(김무열)이 결혼을 허락해달라 간청한다. 그리고 여동생의 결혼과 함께 먼 길을 떠나려던 그에게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밀려든 청의 대군 앞에서 성문은 손쉽게 열리고, 평화롭던 마을이 삽시간에 비극의 불길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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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치게 놀라듯 깨어난 남자는 자신이 사막 어딘가에 있음을 알게 된다. 곧 고통을 느낀 그는 복부의 깊은 상처를 발견했다. 그리고 왼손 팔목에 정체 모를 금속 팔찌가 채워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벗겨내려 해도 소용이 없다. 깡그리 지워진 것처럼,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말을 탄 세 남자가 그에게 접근해온다. 수작을 거는 꼴이나 행색을 보아하니 예감이 좋진 않다. 그 중 하나가 남자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다가온다. 하지만 그 세 사람을 차례로 쓰러뜨린 남자는 옷과 신발을 챙겨 입고 길을 떠난다. 그리고 곧 한 마을에 당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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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스마트폰으로 스머프 빌리지를 다운로드 받은 뒤, 이를 운영하는 플레이어라고. 그런 어느 날, 당신 앞에 스머프 몇 명(?)이 나타나 갑작스럽게 당신의 삶에 침입한다면? (오래 전 TV로 보았던 그 스머프들 말고) <개구쟁이 스머프>의 발상은 그렇다.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활보하는 스머프들을 생각해보자. 쿨한가. 예고편만 보더라도 알겠지만, 영화 <개구쟁이 스머프> 속의 스머프들은 과거에 그들을 보고 자랐던 혹은 다 자란 뒤에 봤던 간에, 그 셀 애니메이션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그들이 아니다. 3D CG 애니메이션으로 변환됐을 뿐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양감이 낯설다. 좋다. 변한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런 변화의 필요성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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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단 7광구에 위치한 석유시추선 이클립스 호의 시추 대원들은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심해의 밑바닥을 긁고 파 들어갔다. 하지만 1년 여간의 노력 끝에도 석유는 나오지 않고,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사업인 만큼 본사의 압박도 심해진다. 결국 철수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7광구에 대한 애착이 강한 차해준(하지원)은 이에 반발한다. 그리고 철수를 지휘할 새로운 캡틴으로 7광구에 온 안정만(안성기)은 대원들에게 석유 시추를 위한 유예 시간을 끌어보자고 제의한다. 안정만과 함께 철수를 보류한 여덟 명의 대원들은 다시 한번 석유 시추를 계획하지만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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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문양의 슈트를 입은 미국산 슈퍼히어로라니, 20세기 후반 즈음까지 유효했던 인디펜던스 데이필이 충만한 시절에나 가능했을 듯한 팍스 아메리카나 히어로물이 아닐까 의심한다면 그 의심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는 이름만으로도 딜레마이자 아이러니다. 미국적 영웅주의를 대변하는 듯한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상징성은 되레 미국의 영웅주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지침을 행동으로써 증명하는 도덕적 헌신으로 역전된다. <퍼스트 어벤져>는 미국산 슈퍼히어로들의 원조격인, 바로 그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영화다. 물론 온전히 캡틴 아메리카만을 위한 영화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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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의 작은 마을 무스레이크를 지나던 트럭에서 나무 상자 하나가 눈 쌓인 길에 떨어진다. 길을 지나던 소녀 린다가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보곤 그 안에 있던 파란 앵무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추위 탓인지, 두려움 탓인지, 몸을 웅크리던 앵무새가 소녀의 손길 앞에서 평정을 되찾는다. 블루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앵무새는 그 소녀가 어른이 되기까지 그 곁에 자리하며 편안하고 안락한 애완용 새로 길들여진지 오래다. 하지만 블루는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에 있다는 암컷 마코 앵무새 쥬엘과 함께 지구상에 단 한 종 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 마코 앵무새라는 사실. 이를 전해 듣게 된 린다는 고심 끝에 마코 앵무새의 멸종을 막고자 블루를 데리고 브라질 행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블루가 만나는 건 블루와 한 쌍을 이룰 쥬엘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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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승패로 기록된다. 하지만 거기 사람이 있었다. 전쟁은 승패보다도 생사의 문제로 기억돼야 한다. 전쟁이라는 명분에 휘말리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야 하는 인간들의 존재는 승패로서 기록되는 역사적 명제 아래 손쉽게 지워진다. 전쟁은 영문도 모른 채 생사의 기로로 떠밀린 인간들의 지옥도다. <고지전>은 이를 대사로서 명확하게 전달한다.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거다. 그러니 살아남는 게 전쟁으로부터 진짜 이기는 길이다.” 전쟁이 승패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강력하고 확실하게 피력하고 환기시킨다. 물론 이는 숱한 전쟁영화들이 다루고 언급해온 이야기다. 하지만 <고지전>은 사람 죽이는 전장의 비극을 전시하고 눈물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지옥도 속에서 이유도 알 길 없이 서로를 죽이고 죽어나가는 이들의 참혹한 비극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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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편은 (원작을 읽었다면) 누구나 아는 그 결말로 나아간다.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필생의 적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가 자신의 영혼을 나눠 숨긴 호크룩스들을 찾아내 파괴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신변의 위기를 느끼는 볼드모트는 자신의 수하인 죽음을 먹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해리 포터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압박해 나가고 그 위협은 호그와트까지 번져나간다. 그리고 해리 포터와 그를 위시하는 마법사들은 호그와트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해리 포터>시리즈는 영웅적인 면모를 타고난 해리 포터의 성장통을 다룬 어드벤처 판타지물이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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