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을 지지한다

도화지 2014. 12. 11. 21:33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지지는 여전하다. 그건 행정가 혹은 정치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입장 안에서 그의 쓸모가 아직 유효하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 애정이나 기대 따윈 없다. 그가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기대 따위를 가질 이유도 없고. 다만 만약 박원순 시장이 이번 인권 헌장 사태에 관해서 사과하지 않았다면 지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어쩌고를 떠나서 박원순이 서울시를 잘 이끌어 왔다는 신뢰엔 변화가 없으므로 그 사람에게 불거진 당장의 오류를 추처럼 매달아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가듯 매장해 버릴 생각이 없다. 다만 자신의 오류를 지적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대하는가가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박원순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게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가와 정치가의 태도는 시민의 항의에 응답하는 방식으로서 드러난다. 최소한 시민으로서 의사를 전달하고 주장했을 때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행정가가 지금 시대엔 너무 중요하다. 개인적인 도덕심이나 윤리성 따위는 정치적 입장 안에서 쉽게 변절되고 무시당할 수 있는 시대에서 시민의, 국민의 의사를 떠받들 수 있는 최소한의 개념이 있는 행정가, 정치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꼭 국민의, 나의 수족이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원순은 아직까지 보존할 가치가 있는 행정가 혹은 정치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박원순이란 사람을 지키는 것보다도 최소한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박원순을 옳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 시민의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그건 강렬한 비판으로서도 가능한 일이다.

막말로 경남도지사 홍준표에게 이런 걸 기대할 수나 있겠나. 심지어 이명박의 서울에선 가능하기나 했던가.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의 요지는 박원순이 홍준표보다 나은 사람이라서 지지를 유지한다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국민의 손가락질에 눈치를 보고, 반성하는 제스처라도 취할 줄 아는 이가 국민의,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가 돼야 한다. 그들은 우리 머리가 아니라 우리 수족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보다 영리하게 그런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시민이 돼야 한다. 그건 뜨거운 화 너머의 이성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지금 시청 앞에서 항의를 하고 있는 이들도 그런 의미에서의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정가나 정치가를 사랑하는 유권자들의 사모곡은 이제 신물이 난다. 투표란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행정가나 정치가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사랑을 주고 배반 당했다고 느끼는 게 아니다.  그러니 박원순에게 실망을 했다는 말은 아직 이르다. 박원순을 지지한다는 말이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에 대한 신앙과 사랑을 거둘 필요가 있다. 그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행정가이자 정치가일 수 있는지 판단할 필요성은 아직 유효하다. 고로 나는 아직 박원순을 지지한다. 그가 이번 사태에서 좋은 교훈을 얻고, 변화를 가져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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