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무공을 자랑하던 고수 라마가 죽어서 남긴 시신을 소유할 수 있는 자는 대단한 능력을 얻게 된다는 소문과 함께 강호에 피바람이 분다. 두 조각으로 나뉜 그의 시체를 소유하고자 절대고수들이 쟁탈전을 벌이기 때문. 그 가운데 잔인한 고수 문파로 알려진 흑석파가 시신을 보유한 한 가문을 급습해 부자를 죽이고 시신의 절반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그 시신을 소유하게 된 여성 검객 세우는 자신의 그런 삶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자 도주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바꾸는 성형에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흑석파는 그녀의 뒤를 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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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 꼬나 물고 바바리 코트 휘날리며 쌍권총 손에 들고 폭풍 킬샷 날리던 주윤발의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의 전설이다. 하얀 비둘기 날리며 홍콩 느와르의 간지를 창출해낸 오우삼의 <영웅본색>은 홍콩이라는 지정학적 입지를 특유의 장르적 분위기로 승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시대를 선도하는 작품이었다기 보단 그 시대적 공기와 함께 호흡함으로써 얻어진 훈장과 같은 장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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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단평

cinemania 2010. 9. 9. 16:31

이쑤시개를 꼬나 문 주윤발의 쌍권총을 추억하든, 비둘기 날리며 홍콩 느와르의 간지를 창출해낸 오우삼을 추억하든, <무적자>안에서 변주된 <영웅본색>의 흔적이란 조금 낯선 것이다. 송해성 감독은 원작의 결점이 드라마적 정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으며 내러티브를 보완하며 이런 결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무적자>는 적절한 인과관계로 이뤄진 스토리텔링의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관계 설정의 변주나 부산의 풍광을 배경으로 둔 느와르적 연출도 인정할만하다. 다만 울림이 약하다. 형제애와 의리를 내세운 원작의 인물들이 품은 정서들을 고스란히 끌어 안은 채 이를 거듭 설득시키고자 노력한다. 의도는 관철됐으나 성공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다단한 플롯을 지니고 있지만 진전이 더디고 끝에 가 닿는 폭발력이 약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들이 입은 혈기왕성한 간지를 보필해줄 관록의 빈자리가 뚜렷하다고 할까. 박하게 평가될 영화는 아니지만 딱히 인상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범작이랄까. 그 와중에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관총질은 조금 흥미로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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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이 길었지만 후반전은 시작된다. 전쟁의 시작을 선언한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에 이어 본격적인 전쟁으로 돌입하는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이하, <적벽대전2>)이 이제야 공개된다. 전편을 통해 전쟁다운 전투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입맛을 다신 어떤 관객들에게 <적벽대전2>는 진정 그들이 보고자 하던 그 적벽대전이나 다름없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본래 적벽대전의 백미는 그 본격적인 전투가 아니다. 그 전투 직전까지의 판도와 그 전투 이후의 양상이 적벽대전의 묘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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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었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장수한 고금의 스테디셀러 '삼국지(연의)'는 아직도 여전히 인상적인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연대적 사실에 허구를 기워낸 텍스트 사이마다 지략가들의 심리전과 호걸들의 무용담이 즐비하게 이어지는 ‘삼국지’는 이미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매력적인 소스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서야 ‘삼국지’의 스크린 판본이 등장한 건 의지와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적 제약-기술적인 한계와 연출적인 부담감-이 '삼국지'의 텍스트를 이미지로 치환하는 무리수의 장벽처럼 존재했던 까닭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선명한 환상을 덧씌우는 텍스트의 방대한 가능성을 포용할만한 이미지를 구현해내야 한다라는 것, 그건 잘해도 본전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웅장하고 비범한 이미지에 대한 상상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문장의 방만한 가능성을 실사로 증명하고 방대한 서사의 영역을 적절히 활용할만한 전략적 자질을 갖추기엔 시도적 선례가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적벽대전>은 최근 거대한 몸집을 위세등등하게 전시하는 중국 영화들의 고무된 자발적 시도에서 비롯된 기획에 가깝다.-그것이 외국자본의 투자를 통해 이뤄졌다 할지라도 그 형태적 성립을 야기시킨 근원이 엄연히 중국발 정체성을 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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