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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9 <무적자> 단평
  2. 2009.03.11 <드래곤볼 에볼루션> 단평

<무적자> 단평

cinemania 2010. 9. 9. 16:31

이쑤시개를 꼬나 문 주윤발의 쌍권총을 추억하든, 비둘기 날리며 홍콩 느와르의 간지를 창출해낸 오우삼을 추억하든, <무적자>안에서 변주된 <영웅본색>의 흔적이란 조금 낯선 것이다. 송해성 감독은 원작의 결점이 드라마적 정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으며 내러티브를 보완하며 이런 결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무적자>는 적절한 인과관계로 이뤄진 스토리텔링의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동시에 관계 설정의 변주나 부산의 풍광을 배경으로 둔 느와르적 연출도 인정할만하다. 다만 울림이 약하다. 형제애와 의리를 내세운 원작의 인물들이 품은 정서들을 고스란히 끌어 안은 채 이를 거듭 설득시키고자 노력한다. 의도는 관철됐으나 성공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다단한 플롯을 지니고 있지만 진전이 더디고 끝에 가 닿는 폭발력이 약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들이 입은 혈기왕성한 간지를 보필해줄 관록의 빈자리가 뚜렷하다고 할까. 박하게 평가될 영화는 아니지만 딱히 인상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범작이랄까. 그 와중에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관총질은 조금 흥미로운 정도.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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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아니고, ‘드래곤볼’을 영화화한다니! 뒷감당을 생각한다면 분명 용기가 가상한 기획이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이하, <드래곤볼>)은 원작 팬들의 심금을 울릴만한 배반의 향연으로 이뤄졌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어떤 독자라면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손오공(저스틴 채트윈)의 모습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나의 드래곤볼은 이렇지 않아, 라며 스크린을 향해 ‘에네르기파’라도 쏘고 싶은 애증이 한데 모여 ‘원기옥’을 띄울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어떤 면에서는 영리한 선택이다. ‘드래곤볼’의 본래 자태를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구현하겠다는 집념은 만화와 영화의 괴리감을 무시하는 무지로 판명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드래곤볼>은 코스프레 무비로 스스로를 몰락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만화적 세계를 거침없이 허물어 나간다.

그러나 그 특수한 세계관을 변주한 자신감이 특별한 묘미로 연동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무색한 일이다. ‘기’를 아느냐는 직설적 대사로서 그 세계관을 일축하려는 대사는 흡사 ‘도’를 아십니까, 류의 질문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무국적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할리우드식 스테레오 타입의 동양적 철학으로 채색되고 있는 건 심히 유감이다. 내가 아는 ‘손오공’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스크린의 손오공이, 그리고 그 세계가 본래의 형태를 훼손할만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까닭에서 <드래곤볼>은 유감스럽다. ‘드래곤볼’을 스크린에 구현하겠다는 야심 자체가 7성구를 모아 신룡을 소환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초현실적인 일이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드래곤볼>을 보면 그렇다. 엔딩 크레딧 너머의 영상을 통해 발견되는 후속에 대한 암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착각의 늪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기분이 든다. <매트릭스 레볼루션>에서 네오와 스미스의 수중 격투 장면을 통해 ‘드래곤볼’의 실사버전을 연상했던 지난 한 때의 기대감이 서러울 지경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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