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 공드리와 팀 버튼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비현실을 꿈꾸는 감독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몽상의 이미지를 채색하는 공드리나 자아의 내면에 깊게 잠재된 트라우마를 악몽처럼 소환하는 버튼과 달리 놀란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보다 구체화시키는데 주력해왔다. 놀란에게 잠재된 꿈의 영역은 환상적인 비주얼에 함몰되거나 몽상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는 꿈에 매혹당할 뿐, 그 꿈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정의를 명확하게 짚고 체계화시킨다. 자신의 꿈을 꾸는데서 멈추지 않고 그 꿈을 주시하고 목격해나가며 잠재된 세계관의 설계도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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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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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악보가 없는 연주와 같다. 저마다의 일상으로 마디를 채우고, 삶의 악절을 이룬 뒤, 종래엔 하나의 악보로서 인생을 거둔다. 소나타처럼 단정하게 저마다의 멜로디를 보존하는 개인의 삶은 콘체르토(concerto)와 같은 긴장과 이완의 협주적 관계로서 세계의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며 어느 누군가는 거대한 심포니처럼 웅장한 울림을 전하고 영원을 산다. 저마다의 인생은 이 세계의 악장을 이루는 크고 작은 악절이다. 멜로디이며, 리듬이고, 하모니다. 그 삶에 준비된 악보는 없다. 누구나 텅 빈 오선지와 같은 시간을 제 삶으로 채워나간다. 누구나 <솔로이스트 The Soloist>로서 삶을 연주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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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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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양된 목소리 너머로 사진과 기사가 흐른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프로레슬러의 전성기가 언어로 구술되고 이미지로 비춰진다. 영광의 나날들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환호와 열광이 빗발치던 지난 세월을 넘어 눈앞에 들어서는 건 어느 적막한 대기실의 풍경. 작은 의자에 몸을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그는 고단하고 힘겨워 보인다. 영광의 세월을 지나 노쇠한 육체는 여전히 그 세월을 연장하기 위해 부딪히고 내던져진다. 사나이는 여전히 자신의 전설을 놓지 못한다. <더 레슬러>는 전설을 먹고 사는 어느 루저를 위한 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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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 인터뷰

interview 2008. 9. 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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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패(소지섭)와 수타(강지환)라는 이름은 깡패와 스타에 대한 노골적인 직유지만 동시에 현실과 영화에 대한 은밀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는 그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리얼리티를 구사하려 하지만 카메라의 슛이 들어가고, 슬레이트를 내려치는 순간 현실의 탈을 쓴 프레임의 파편으로 변질된다. <영화는 영화다>는 제목 그대로 현실을 넘어설 수 없는 영화적 한계에 대한 인정, 혹은 현실이 이룰 수 없는 영화적 선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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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울렁거리는 도입부 화면이 너무도 유명한 그 신비로운 시그널과 함께 브라운관을 메우면 마냥 가슴이 설렜다. ‘미드란 유행어도 없던 그 때 그 밤에, 한국어로 더빙된 멀더와 스컬리를 만나는 건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매 번마다 아리송하지만 강렬한 충격을 남기고 고이 떠나는 엔딩에 사무쳐 TV가 있는 마루를 떠나지 못했다. 지금처럼 다시 보기도 없던 시절이라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어제 봤던 그 장면의 전율을 언어로 되새김질하는 게 소일거리였다. 어느덧 그 시절을 지나왔고, 멀더와 스컬리도 <엑스파일>과 함께 세상을 등졌다. 역시나 울렁거리는 화면 속에서 신비롭게 흩날리던 시그널로 안녕을 고했다.

좀더 나이를 먹고 나니, 멀더와 스컬리만큼이나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아졌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물음표로 가득 차 있었다. 수준 이하의 음모 앞에서 무력해져야 하는 현실이 때론 두렵다. 차라리 그것이 UFO나 외계인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물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그 주문은 누굴 위한 것이었나. 그 화면 너머에서 알게 모르게 이지러지던 진실의 그림자는 누구를 향해 달아나고 있었나. 그 시절, 가늠할 수 없는 화면 너머의 초현실은 차라리 천박한 권력적 음모가 난무하는 현실보다 거룩한 것이었다. 진실의 벽을 넘어가고자 분투하는 멀더와 스컬리와 함께 난 하나의 세월을 넘어왔다. 그곳에 무엇이 있었나. 나는 믿고 있었나. 그들이 보고자 했던 것을. 저 너머에 진실이 있다. 나는 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리고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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