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출렁이던 감정들이 잔잔해졌다.
네가 없이 살고 있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글도 쓴다.
개중엔 네 안부를 묻는 이도 있다. 그냥 웃어넘긴다. 그리곤 한마디 한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바라본다. 난 괜찮아. 하지만 그럴까. 모르겠다. 난 정말 괜찮나.
지금도 네가 그립다. 하지만 눈물은 말랐다. 슬픔도 조금 얕아졌다. 더 이상 책망도 없다. 그냥 말 그대로 헤어짐에 대한 애도만이 흐른다. 쓸쓸하다.
아직도 모든 것이 기억난다. 종종 네 얼굴도 떠오르고, 네 웃음소리도 들린다. 네 손도, 네 입술도, 네 몸도, 네 마음도 하나같이 내 것처럼 떠오른다. 기억난다. 그리곤 다시 고요해진다.
넌 잘 지내고 있을까. 일상에 빈틈이 생기는 찰나마다 문득 생각이 난다. 그리움일까. 아니면 단순한 궁금증일까. 우린 정말 잘 헤어진 걸까. 꼭 그래야만 했나. 어쩌면 내가 좀 더 매달려볼 일이었나. 어쩌면 넌 좀 더 내가 손을 뻗어주길 바라고 있었을까.
여전히 떠내려가지 못한 미련이 남았나. 보고 싶다. 잡고 싶다. 다시 너로 채우고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누군들 모를까. 나도 안다. 그게 바로 슬픔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라는 거. 우리가 시간에 따라 잊혀질 인연이었다는 게, 바로 슬픔이다.
넌 이미 날 잊었을까.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냉정한 친구였군. 세 번 모두 진심이었을까. 두 번은 어쩌다 다시 내게 되돌아왔을까. 세 번은 역시 무리였나. 알 수 없다.
어둡다. 고요하다. 실로 무거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