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time loop 2008. 12. 9. 07:15

잠이 안 온다. 아니, 피로한 건 맞는데, 잠이 오는 건 맞는데, 기이하게도 침대에 누우면 잠을 못 이룬다.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며칠 전에는 하루 종일 잠을 못 이뤘다. 어젠 가까스로 12 즈음에 눈을 붙였건만 4 못 돼서 눈을 떴다. 이런 제길, 잠자려고 누워서 양을 세고 싶진 않고, 이렇게 시간 버벅거리느니 책이라도 보자 싶어서 책을 읽었다. 첫 장에서 마지막 장을 봤는데도 잠이 안 온다.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젠장, 이건 무슨 조화냐.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의 축적 결과다. 게다가 최근 2주 사이엔 개인적인 심경의 문제로, 동시에 업무적 문제로 하루 평균 4시간 미만의 취침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몸의 바이오 리듬이 망가졌다피곤하다 느끼면서도 잠을 못 이룬다. 큰일이다. 오늘은 나름 많이 걸어서 피곤할 테니 잠 좀 자겠군, 싶었는데도 불과 4시간을 푹 자지 못하고 깼다. 해결방법은 모르겠고, 걱정이다. 체력은 날로 떨어져가고, 운동은 못하고 있고, 몸은 말라가고, 최근엔 다시 기본적인 근력 운동이라도 할까 했는데 오른쪽 손목에 손목터널증후군이 보인다. 망할, 직업병이다. 내 나이 서른도 안 됐고, 글 같은 글도 못 쓰는 주제에 질병을 얻었다. 넌 재능 없으니 때려 쳐, 라는 신의 계시인가. 이럴 때 집 주변에 조깅할만한 공간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신사동은 죄다 차도 뿐이다. 가로수길에서 조깅할 순 없잖아.

 

개인적으로 잠 자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피곤할 땐 미친 듯이 자고 싶지만. 다 떠나서 잠을 잔다는 행위는 죽음을 연습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죽어있는 시간 같다. 특히 요즘처럼 눈 감고 산다는 것에 공포를 느낄 때도 없을 즈음엔 더더욱 그렇다. 눈뜨고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눈 감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눈을 뜨더라도 선명하게 떠야지. 흐리멍텅해선 곤란해. 이래저래 피곤하면 좋을 게 없다. 불필요한 잠은 줄여도 필요한 잠은 제대로 자야지.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서야 쓰겠나. 이래서야 글은 커녕 시야나 확보하겠나. 내가 규칙적인 아침형 인간이 되기엔 무리인 걸 알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나도 살긴 살아야지. 지구를 구할 것도 아닌데, 그럴 능력도 없는데 잠을 못 자서는 곤란하지. 뭐 같은 글이라도 쓰면서 살려면 건강이 기본이기도 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YTN에서 강달프 의원의 버럭 장면을 봤다. 심기가 불편하다. 우리 딴나라당 준표 형아의 '국회가 깡패집단도 아니고' 멘트는 뒤집어졌다. 아, 아니었던가. 이런. 몰랐네. 난 님하가 조폭 두목인 줄 알았는데. 아, 이런 말하면 남산에 묻히나염? 여하간 새벽녘에 이게 뭔 짓이니. 제길. 이 죽일 놈의 불면증. 다른 책이나 더 봐야지. 오늘은 영화도 두 편이나 봐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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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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