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하기

time loop 2008. 12. 1. 21:28

너는 S. 나는 N. 우리는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우린 단 세 번의 만남으로 서로에게 이끌렸다.

내가 내민 손을 네가 잡았다. 손이 부드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었다.

3, 봄이었다. 난 널 봄에 만났다. 그렇게 계절이 가고 1년이 가고, 우린 영원하리라. 영원하자. 네 손에 반지도 끼워주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봄에 널 만났고, 겨울에 널 보냈다. 우리 사이에 영원은 죽은 말처럼 나뒹굴었다.

그 날의, 그 밤의, 그 시간 동안의 기억들이 끊어진 기억 위에서 우뚝 멈춰 서 있다. 시간이 흐른다. 기억이 멀어진다. 3호선 지하철에서 헤어질 때 마냥 너와 난 갈라섰다.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났다.

이별조차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난 마지막까지 네 추억이고 싶다. 그런 게 가능하나.

나의 외로움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 해도, 네가 내 기억을 전전하는 유령처럼 희미해진다 해도 우리가 쌓아 올린 기억들이 삽시간에 허물어진다 해도,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우린 사랑했고, 부둥켜안았으며 간절히 원했다. 난 추억한다. 이제 널 추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기억에 매달리지 않으리라.

세상은 여전하다. 다만 너와 내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뿐이다. 너와 내가 변했다. 우리가 사라졌다. 날은 밝아도 눈이 캄캄하다. 넌 날아가버렸고, 난 날 수 없다. 그저 네가 사라진 그 곳을 바라보다 뒤돌아 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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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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