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의 주제는 명확하다.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거다. 그러니 살아남는 게 전쟁으로부터 이기는 거다. 전쟁이 승패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거듭 환기시킨다. 물론 숱한 영화들이 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고지전>은 사람 죽이는 전장의 비극을 넘어서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알 길이 없는 전장에서 죽음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치들에 관한 분노와 서러움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땅따먹기에 열중하는 윗대가리들이 탁상공론에 열중하는 가운데 살기 위해서 죽이고 죽는 청년들의 모습은 단순히 전장이 아닌 이 사회에도 만연한 부조리 가운데 하나다. <고지전>은 전장을 통해서 이 땅의 부조리한 역사적 환기까지 나아가는 진보적인 전쟁영화다. 장훈은 확실히 스스로 물건임을 증명하고, 선배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뚜렷이 각인시키는 신예 이제훈이 인상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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