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비우다.

time loop 2008. 11. 30. 22:37

사진을 지웠다.

그 아이로 가득하던 하드디스크가 비워질 때마다 마음이 차올랐다다시 한번 심장이 옥죄여온다. 숨쉬기가 힘들다.

우린 참 많은 일을 함께 했구나. 한 장, 또 한 장, 네가 사라진다. 네 미소가 지워진다. 네 얼굴이 멀어진다. 하아, 한숨이 토하듯 쏟아진다, 이제 더 이상 나올 눈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슬퍼진다. 진심으로.

2년 간의 기억들이 클릭 몇 번으로 깔끔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굳이 이래야만 하나. 다시 한번 날 납득시킨다. 설득한다. 어차피 그런 거. 잡았던 마음이 이내 출렁였다. 주먹을 쥐고 이빨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클릭. 네가 사라진다. 다시 눈물이 흐른다.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기억이 사라진다. 우리가 지워졌다. 외롭게 나만 남았다. 너는 없다. 슬프다. 진심으로.

2년 동안 쌓아왔던 기억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우린 이 정도였나. 고작 이렇게 사라질 것을. 고작 이렇게 지워버릴 것을. 한숨을 뱉었다. 마음이 쓰다. 시리다. 내 손으로 사랑을 지우고 있나. 어쩌다 난 이처럼 황량해졌나. 어쩌다 이렇게 앙상해졌나. 말랐다. 입이 탄다. 마음도 탄다. 사랑이 다 타버렸다. 재만 남았다.

괜찮다고 믿었다. 이젠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널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안심했다.

쉽지 않아. 널 보내기가. 네 목소리도, 네 얼굴도, 네 입술도, 네 머리카락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그리워. 보고 싶다고 마음이 울어. 몸도 울어. 자꾸만 차고 넘치는 그리움이 날 저 먼 기억으로 떠내려보내.

결국 넌 지워졌다. 텅 빈 하드디스크만큼 텅빈 마음에 깊은 탄식과 눈물이 고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젠 돌이킬 수 없어. 날 설득하고 또 설득해도, 흘려 보내야 할 슬픔이 아직도 남았나.

이 계절이 지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려나. 그렇게 난 오늘도 널 기억해. 네가 없는 오늘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어. 그렇게 난 이 계절을 이겨내려 해. 네가 없는 이 계절을 살아보려 해. 그렇게 사랑도 잃어버리고 난 추운 계절을 방황하게 됐다. 겨울이다. 쓸쓸한 계절에 혼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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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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