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

time loop 2009. 1. 30. 02:06

우리 결혼했어요를 즐겨보곤 했다. 난 항상 그걸 무시했다. 그게 좋아? 그건 완전 구라야. 이런 식이었지.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된다. 나도 좀 볼걸 그랬어. 알렉스의 화분이 뭔지, 좀 볼걸. 그 아이가 그 프로를 즐겨봤던 건 그 프로 안에 그 아이를 위한 어떤 환상이 존재했다는 건데, 적어도 그걸 공유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 요즘은 꽃보다 남자를 본다던데 말야. 어쨌든 서로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같은 허물을 달고 나온 쌍둥이조차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생전 남남끼리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아닐 수 있을까. 단지 그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인 거지. 그 차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가가 중요한 거지. 결국은 노력이더라. 생각해보면 난 그 노력을 얼마나 했나 싶다. 그저 내가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고, 내가 보는 것을 보라고 했을 뿐이지. 그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게 뭔지, 그 아이가 보는 방향이 어딘지, 짐작조차 못했다. 무조건 그것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은 아니겠지만 역시나 그건 노력이다. 무언가를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얼마만큼 존중해주고 있느냐가 필요한 거다. 난 항상 그 아이의 고민에 첨삭지도를 하곤 했다. 지금 네 생각은 이러니까 이런 식으로 바꾸고, 그 상황은 어쩔 수 없잖아. 그냥 내버려둬. 그러고선 항상 스스로 만족해했고 그 아이는 피곤해했다. 그저 위로 한마디가 필요했을 거다. 그래. 그랬구나. 힘들었지. 이 짧은 한마디면 되는 일이었다. 잘났다. 정말. 너무나 잘난 덕분에 사람을 놓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탓이다. 좀더 잘할 수 있었건만. 그러게 말이다. 일주일 정도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내 수명의 한 달을 팔아도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시간이란 정직한 법이지. 지금은 그저 나아가는 방향 속에서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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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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