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반 시사회를 보기 위해 회사 앞에서 왕십리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몇 정거장 즈음 지나니 중학생 정도 되는 애들이 선생님 인솔 하에 우르르 버스에 올랐다. 한 아이가 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가방에 밀렸다. 아이에게 한 마디가 넘어왔다.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마구 앉으면 어떡하니?" 무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무례하게 받아쳤다. "아, 이 인간 뭐야. 짜증나게."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더욱 깊숙한 뒷 빈 자리를 찾아갔다. 아이는 거듭 투덜대고 있었다. 버스를 꽉 채운 아이들은 마냥 시끄러웠다. 문득 <고백>의 오프닝 시퀀스가 떠올랐다. 통제하기 쉽지 않은 미성숙함의 아수라장. 요즘 어린 애들은 예의가 없다는 클리셰 같은 말이 떠오르는 꼰대스러움. 잠시 어지러운 생각이 뒤엉켜 버스 안을 뒹굴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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