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인간(?)의 테러로 비디오 대여점 테이프의 내용물이 모두 지워진다. 빈 깡통처럼 비디오만 남고 영화만 사라졌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는 엉망이 되고 종업원은 걱정이 태산이다. 정작 사고의 주범인 친구는 넉살 좋게 말한다. 우리가 다시 채우면 되지. 비디오 대여점이 영화 제작소로 탈바꿈한다. 그들만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제작되고 대여되며 비로소 시작된다. 친절하게 되감아 달라는 비디오 대여점의 작은 소망과 무관하게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명작들을 되감아버린다. 간과할 수 없는 영화 속 명장면들이 가내 수공업으로 재해석되고 단편적이지만 유쾌하게 나열된다. 때때로 두서 없는 이야기가 장황하게 덜컹거리지만 그 끝에 건질만한 감동이 우러난다. B급 마인드로 무장한 유희를 빌미로 전설적인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의 삶을 복원하기까지, 그 두서 없는 짝퉁 사연의 말미에 감동의 체온이 느껴진다. 문화적 감수성을 잃어버린 시대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찾은 대중의 눈빛이 반짝인다. 대중들이 객석의 소비자로 밀려나버린 시대에서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창작의 공유를 통한 유희적 인간의 복원을 감동적으로 설득한다. 잘 만든 영화라 말할 순 없지만 분명 좋은 영화라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가 그렇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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