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케이(권상우)와 크림(이보영)이라고 부르는 남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인이 아닌 동거인으로서 살아왔다. 순정만화의 체온이 느껴진다. 다분히 비현실적이라 규정될만한 관계 속에 신파를 그려 넣는다. 그 사연 속에 은유적인 대사들이 차고 넘친다. 유행가 가사에서나 들어 봄직한 사연이 스크린에 펼쳐지고 비유로서 사랑을 설명하는 것에 능하다. 하지만 사랑을 온전히 설득하지 못하는 이야기 속에서 언어적 비유는 쉽게 허망해진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 좋은 인연을 점지해주고 떠나간다는 내용은 일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인 선택이 아닌 쌍방의 암묵적 이해 관계로 거듭나고 삼각관계의 신파로 승화될 땐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문장의 의미를 체감하게 된다. 특히 크림의 시점으로 반전되는 후반부의 내레이션은 고문에 가깝다. 투명하다기 보단 표백됐다는 말이 어울리고, 순수하다기 보단 노골적이라 유치하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상황의 총합이 너무나도 작위적이라 그 감정마저 노골적인 매물로 전시되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해진다. 인공적인 감미료 맛이 진하게 우러난다. 신파는 나쁜 게 아니다. 신파인 척하는 게 나쁜 거지. 슬픔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야기라 불려도 억울할 게 없는 영화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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