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한 남녀의 육체가 전후로 흔들릴 때마다 남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희열이 새어 나온다. 막 섹스를 마친 남녀의 표정만으로도 절정의 환희가 느껴진다. 하지만 육체적 쾌락이 끝난 직후, 현실적 고민이 그들의 침대를 덮친다. 현실적 물욕 앞에서 육체적 쾌락의 잔상이 손쉽게 걷힌다. 그리고 30분 후,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남자가 마련했던 어떤 비책은 무참히 실패하고 만다. 되레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고 비극이 예감된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이하, <악마가>)라는 중후한 제목을 지닌 이 영화는 일그러진 욕망에 사로잡힌 형제의 공모로부터 시작되는 가족의 파멸을 응시하는 작품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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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양된 목소리 너머로 사진과 기사가 흐른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프로레슬러의 전성기가 언어로 구술되고 이미지로 비춰진다. 영광의 나날들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환호와 열광이 빗발치던 지난 세월을 넘어 눈앞에 들어서는 건 어느 적막한 대기실의 풍경. 작은 의자에 몸을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그는 고단하고 힘겨워 보인다. 영광의 세월을 지나 노쇠한 육체는 여전히 그 세월을 연장하기 위해 부딪히고 내던져진다. 사나이는 여전히 자신의 전설을 놓지 못한다. <더 레슬러>는 전설을 먹고 사는 어느 루저를 위한 송가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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