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만화작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것만으로 <순정만화>는 일단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바보>에 이어 영화화된 세 번째 작품이자 이전에 영화화됐던 작품들이 흥행이나 비평적으로 원작의 인기를 배반할만한 결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질적으로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순정만화>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잣대는 분명 원작의 영향력에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순정만화>는 위에서 열거한 이전의 두 작품에 비해 적절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할만한 수준이다. 원작을 변주함에 있어서 과욕이 지나쳤거나, (<아파트>) 원작의 스토리와 설정을 축약하기 급급했던(<바보>) 전작들과 달리 <순정만화>는 만화 본래의 설정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수순에서 영화적인 이미지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원작이 지닌 최대의 장점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순정만화>는 작정하고 써 내려간 듯한 비현실적인 연애담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표백된 것처럼 선량하고, 그 인물들이 인연을 맺는 방식도 일상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가까운 예로 CF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 특별한 경우의 수에 가깝다. 그럼에도 <순정만화>가 공감할만한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까닭이다.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커플 관계를 상정하면서 그 관계를 통해 일반적인 연애의 감정들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넉살 좋게 그려내고 있다.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라기 보단 인물의 감정에서 발견되는 적절한 수긍에 가깝다.
원작이 지닌 장점을 영화적으로 잘 계승하고 있는 <순정만화>는 특별함보단 안정감이 장점인 작품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중심에 자리잡은 두 커플은 비현실적인 나이차를 지니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양상의 로맨스를 점해나간다. 하지만 특별한 갈등 상황에 직접적으로 돌진하기보단 적절한 유머와 캐릭터의 사연에 적절한 여백을 두며 차근차근 인물의 심리를 관찰하고 따라잡는데 주력한다. 풋풋하고 순수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띠동갑 커플과 일방적인 연하남의 구애를 받는 연상녀의 마음 기울이기엔 현실적인 편견을 넘어설만한 극적 재미가 존재한다. 소심한 30대 남자와 낙천적인 10대 여자, 적극적인 20대 초반 남자와 소극적인 20대 후반 여자의 로맨스는 각자의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상황에 몰입하기 좋은 설득력을 구사한다. 비록 그것이 비현실적이라 인지하면서도 수긍하고 싶게 만드는 여력이 충분하다. <순정만화>란 제목처럼 그 판타지 로맨스의 한계까지도 적절한 수준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