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하 출연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개봉일 4 8

 

고요한 새벽 위로 비틀즈의 ‘Norwegian Wood’가 흐른다. 깨어있는 자와 잠든 자의 경계가 분명한 새벽 두 시의 라디오는 감미롭다. 음악이 끝난 뒤, 음악평론가 지성희(지진희)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설명한다. 아무도 몰랐다. 그가, 새벽에, 전국으로 송출되는 생방송 라디오에서, 이혼을 선언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역시도 몰랐다. 당당하게 뒤통수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자신이 뒤통수를 맞게 될 것임을. 호기롭게 이혼계획을 선포한 성희는 절친한 친구 동민(양익준)과 아내가 있는 강릉으로 달려가지만 집 안에서 성희를 기다리는 건 아내가 아니라 편지 한 통이다. 아내가 사라졌다. 보기 좋게 이혼하려다 이혼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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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비 인터뷰

interview 2009. 4. 2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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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육두문자와 거침없는 구타는 스크린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타자화시킬 것 같지만 실상 그곳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가난 앞에 무기력한 수컷들은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인 증오를 휘두르고 가족은 점차 부서져 나간다. 상훈(양익준)은 그 증오를 먹고 자란 짐승이다. 분노와 증오를 되새김질하며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욕을 던진다. 욕을 빌리지 않고서야 진심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훈은 폭력이 잉태한 사생아처럼 살아간다. 오로지 주먹질을 통해서 삶의 시효를 연장해나갈 뿐 스스로의 삶을 위한 배려 따윈 없다. 증오와 분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보단 더욱 깊숙이 내려앉아 독을 품는다. 배다른 혈육에게 마음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저주하듯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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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단평

cinemania 2009. 4. 7. 04:35

어떤 이는 그 폭력 앞에서 생소함을 느끼고 겁에 질려 주저앉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 폭력 앞에서 멱살을 잡힌 채 뺨을 얻어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똥파리>는 그 어느 쪽에게도 관대하지 않은 영화다. 주저 않은 쪽도, 멀쩡하게 일어서서 눈감지 못하는 쪽도 하나같이 폭력을 감내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육두문자와 거침없는 구타는 스크린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타자화시킬 것 같지만 실상 어느 곳보다도 현실적인 풍경이다. 가난 앞에 무기력한 수컷들이 무차별적인 증오를 휘두르는 사이 점차 부서지고 파편화되는 가족들의 모습은 지독하게 낯익은 풍경이다. 지독한 폭력에 노출된 가족은 헤어날 수 없는 부조리의 자궁에서 또 다른 증오를 잉태한 채 자라고 엉킨다.

 

<똥파리> 99%의 절망으로 채워진 광경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희망적이다. 슬픔에서 비롯된 연민을 부를지언정 스스로 희망을 연출하지 않는다. 절망을 관통하고 멈춰선 채 응시한다. 통증을 각성시키고 폭력을 환기시킴으로써 파묻어 부정하던 폐부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도록 유도한다. 따뜻한 위안이기 보단 거친 윽박을 지른다. 당황스럽겠지만 객석에서 일어날 때 즈음엔 진통과 함께 밀려드는 일말의 가능성을 품고 구상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1%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 절망을 목도하는 자들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면 99%의 절망과 1%의 희망은 역전될 수 있다. 1%의 희망은 결국 영화 밖에 있다. 똥파리는 죽어도 세상은 여전히 똥 무더기다. 혐오의 대상이 사라져도 혐오의 세계는 남는다. 그걸 걷어내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영화가 아닌 관객이다.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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