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 공드리와 팀 버튼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비현실을 꿈꾸는 감독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몽상의 이미지를 채색하는 공드리나 자아의 내면에 깊게 잠재된 트라우마를 악몽처럼 소환하는 버튼과 달리 놀란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보다 구체화시키는데 주력해왔다. 놀란에게 잠재된 꿈의 영역은 환상적인 비주얼에 함몰되거나 몽상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는 꿈에 매혹당할 뿐, 그 꿈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정의를 명확하게 짚고 체계화시킨다. 자신의 꿈을 꾸는데서 멈추지 않고 그 꿈을 주시하고 목격해나가며 잠재된 세계관의 설계도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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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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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지하철, 졸고 있던 승객 하나가 눈을 뜬다. 늦은 새벽의 지하철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그가 문득 옆 칸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서서히 옆 칸으로 통하는 문을 향하던 그의 발이 무언가를 밟고 세차게 미끄러진다. 그가 밟은 것은 바닥에 흥건한 붉은 피, 당황하는 남자는 지하철 기둥을 붙잡고 가까스로 일어난다. 심히 경악할만한 광경을 앞에 둔 남자가 무언가에 홀린 듯 옆 칸으로 통한 문의 창문을 바라보며 그 쪽으로 서서히 다가선다. 그 창 너머를 바라보는 남자의 경직된 동공이 향한 곳에 놓인 건 누군가의 뼈와 살을 가르는 어느 살인마의 뒷모습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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