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안온하게 내리쬐는 산뜻한 외관의 풍경과 달리 깊게 그늘지듯 침침한 내부의 정경이 대조적이다. 이런 철창이 있을 곳은 세상에서 2군데 밖에 없다. 동물원과 여기. 대사가 지칭하는 그 여기란 곳은 바로 교도소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교화시켜서 내보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떤 범죄자는 그곳에서 걸어나갈 수 없다. 교도소는 사형을 집행하는 곳이기도 한 탓이다.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실행하거나, 확인한 이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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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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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면 운곡리의 조필성(김윤석)은 한적한 시골에서 치안 유지보다도 집안의 경제난 해소가 더 고민스러운 한량 형사다. 만화방을 운영하며 남편의 쥐꼬리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내(견미리)의 바가지는 득달같고, 두 딸에겐 매일같이 면목이 없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 소싸움 대회를 주관하던 중, 불현듯 찾아온 예감에 아내의 통장을 훔쳐다 판돈을 걸자 열 배의 배당금이 쏟아진다. 하지만 행운은 곧 불운으로 돌변한다. 친구에게 맡긴 배당금을 찾으러 가던 중,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를 만나고, 돈도, 자존심도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추격이 시작된다. 거북이 달린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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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말한다. ‘남편 군대 보내놓고 노래가 나오나?’ 친아버지도 말한다. ‘한 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 집 귀신이다.’ 순이(수애)는 그저 묵묵히 듣는다. 남녀의 관계질서가 군대의 위계질서만큼이나 일방적이던 시대상이 순이를 둘러싼 언어들만으로도 뼈저리게 감지된다.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것이 대수롭지 않던 시절, 순이는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즐겨 부르곤 한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순이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 절절한 가사는 순이의 현실과 지극히 동떨어진 낭만이라 기이하다. 베트남으로 향하는 순이의 ‘남편 찾아 삼만리’ <님은 먼곳에>는 순이가 즐겨 부르는 ‘님은 먼 곳에’가 대변하는 그녀의 본심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다. 결말부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궁극적 야심을 엄폐한 채 서사를 전진시키는 <님은 먼곳에>는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제가 사회와 가정의 기저를 완벽하게 억누르던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진 베트남에서 남근 지배적 체제의 졸렬함을 착실하게 구현함으로써 그것의 정곡을 찌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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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연 인터뷰

interview 2008. 5. 3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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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없나 보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요즘 많이 바쁠 것 같던데.
<별빛속으로> 때문에 바쁘다. 아직까진 드라마 촬영 때문에 그렇게 바쁜 편은 아니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클라리넷 전공했다고 들었다. 음악 전공이라고 배우 되지 말란 법 없지만 일단 다른 길에 들어서게 된 까닭이 궁금하게 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하게 됐었다. 그런데 음악보단 모델이 더 끌렸던 것 같다. 모델은 한 순간에 나를 표면적으로 선택해서 보여주는 거잖아. 어느 한 순간에 날 저를 한 페이지에 담아내는 거지. 그런 것에 끌렸나 보다. 그런데 CF나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엔 한 페이지가 아니라 연속된 영상으로 담는 거니까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렇게 영상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까지 하게 된 거 같다.

영상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나 보다.
나도 그럴 줄은 몰랐는데, 영상을 통해 내 모습이 보여진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 같더라.

그렇게 CF로 시작해서 연기까지 온 셈인데, 연기자로서 첫 출발이 <알게 될거야>라는 아침드라마였던 걸로 안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난 군대에 있을 때 해서 챙겨봤다. (웃음)
아~! 맞아. 군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봤다더라.

<알게 될거야>가 하던 아침 시간이 군대에서 TV보기 딱 좋은 시간이거든. (웃음) 그 때 맡았던 캐릭터가 독특해서 눈에 띄었다. 24살의 이혼녀라니. (웃음) 약간 황당하더라.
그런데 설정만 이혼녀일 뿐이지, 그냥 발랄하고 엽기적이고 엉뚱한 내 나이 또래에 맞는 역할이라서 나한텐 부담스럽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래서 난 더 좋았다. 당연히 전혀 황당하지도 않았고.

그 캐릭터 나이가 그 당시 실제 본인 나이와 같은 나이 아니었나?
아마 그랬을걸. 아무래도 동갑의 캐릭터라 더욱 편했을지도 모르고.

예상 외에 나이가 많더라. 물론 아직은 젊은 편이지만. (웃음) 사실 훨씬 어릴 줄 알았다. <별빛속으로>의 여고생 연기를 본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런데 실제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이제 스물 여섯 살 이후엔 고등학생 역할을 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고등학생 역할이 되게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양 갈래 머리 딴 이런 모습이 하고 싶었었던 탓도 있고. (웃음) 아무래도 이젠 그때보다 머리가 커진 거잖아. 내가 그 시나리오 받고 촬영을 했을 때가 스물여섯 살이었으니까. 그래서 자꾸 고등학생의 이미지에 비춰서 내가 그 당시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많이 떠올린 거 같다. 고등학교 때를 되새기며 내가 지금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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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고등학교 시절, 실제로 어떤 학생이었을까? <별빛속으로>처럼 말수 없는 조용한 학생이었나?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활동을 했는데, 그래서 왈가닥도 좀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전까진 되게 조용했던 편이었지.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친구였는데 밴드부에 들어가서 조금 사회성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왜냐면 선후배 관계에 있어서, 조용히 있으면 선배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그래서 면면하게 지냈던 거 같다. 밴드부 때문에

그런데 밴드부라, 약간 의외인데?
고적대 같은 밴드부가 아니라 브라스 밴드 같은 거였다. 관현악 연주단같은, 그런 식이었거든.

아~! 난 락밴드를 생각했다. (웃음) 하긴 클라리넷 전공이었으니까. 어쨌든 역시 그런 활동이 사람을 좀 더 활동적으로 변하게 했나 보다.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 춤을 췄거든.
(놀라서)네?

댄스 동아리 같은 거에서. 나도 별로 외향적인 편이 아니었는데 그런 활동을 하니까 성격이 조금 변하는 것 같더라.
맞다. 그런데 솔직히 그 쪽이 더 의외다. (웃음)

다들 그러더라. (웃음) 어쨌든 <별빛속으로>는 본인이 출연한 첫 개봉영화다. 스크린으로 자신의 얼굴이 처음으로 보여지는 셈이다.
방금 말한 것처럼 개봉하는 첫 영화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이 다 처음인 영화이기도 하다. 스크린으로 내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보여지는 것도 <별빛속으로>가 처음이고, 레드 카펫을 밟았던 것도 이 영화덕분이다. 그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영화이기 때문에 나한테는 너무 행운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선 느낌은 어땠나?
정말 내 인생에 있어서 영광인 거지. 언제 또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행운이었던 것 같다. 영광이었지.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캐스팅 제의 들어왔을 때 어땠나?
드디어 이제 스크린을 통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진짜 오는구나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몇 차례 연기를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를 홍보하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도 될 것 같다.
긴장 많이 되더라. 영화라는 게 누군가의 이름을 걸면, 그 사람을 보기 위해서 칠천원이란 돈을 부담하는 거잖아. 물론 난 아직까진 그럴 정도의 그런 배우는 못 되지만 그런 부담감을 이제부터 느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은 들었다. 예전엔 이런 생각 못 했는데.

이른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알게 될거야>로 드라마 하나 끝냈고, <별빛속으로>를 통해 영화 한편을 마친 배우의 입장에서 드라마와 영화의 느낌은 각각 어떻던가?
드라마는 많이 알아봐주시더라. <알게 될거야>가 일요일 아침에 제가 한 건데도 불구하고. 굳이 선택을 해서 찾아보는 게 아니라도 리모컨 버튼을 누르다 보면 보여지는 얼굴들이니까 우연히 보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캐릭터와 마음이 너무 잘 맞았었다. 차수연이란 사람하고. 그랬기 때문에 재미있게 작업했지. 그리고 <별빛속으로>도 스크린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서 긴장을 조금 했던 거 같다. 대단하진 않지만 어쨌든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될 줄은 몰랐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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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덕 감독님은 어땠나? 현장에서 디렉팅을 많이 주시는 편이었나?
감독님께선 지시하시는 것보단 배우를 믿고 따라주시는 면이 더 많았다.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편인 것 같다. 편하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말씀하실 때가 더 많았다.

정경호와 같은 소속사에, 그것도 같은 팀이라고 들었는데 함께 연기 맞추는 건 더 편했을 수도 있겠다. 이미 친숙한 사이였을 때니까.
경호 씨는 <별빛속으로>하기 전부터 알았다. 예전에 의류 광고를 통해서 이 친구랑 알게 됐거든. 외국 나가서 두 번이나 작업을 했던 친구고, 그래서 <별빛속으로>할 때도 그렇게 힘든 건 없었다.

사실 정경호 씨보다 누나 아닌가? (웃음) 영화에서는 훨씬 어린 역할인데. 묘했을 것 같다.
맞아! 친한 사이라 해도 뭔가 어색했다. (웃음) 동생으로 보다가 선생님으로 보려고 하니까. 친해서 편한 면도 있지만 이렇게 감정 몰입하는 건 좀..(웃음)

진지해지기 힘든? 하긴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그럴 것 같다.
슛 들어가기 전까진 장난도 서로 잘 치는 편이지.

그러다 촬영 들어가면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웃음) 지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도 함께 출연하는 걸로 아는데.
<개늑사>에서는 그 친구하고 내가 엮이는 게 없다. 그 친구 나올 때 난 안 나오고, 내가 좀 나올 때, 그 친구는 쉬고.

미니시리즈도 처음이다. <알게 될거야>떄와 방영시간부터 틀린 시청률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시간대이기도 하고.
일단 기분이 좋다. 중요한 시간대인만큼 내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니까. 한편으론 부담이 좀 된다는 거. 왜냐면 시청대가 제일 많은 시간대니까 잘못하면 비난도 많이 받고 평가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면이 있더라.

그런데 이준기 씨를 유혹하는 역할로 알고 있는데 팜므 파탈 같은 느낌도 난다. 혹시 액션씬 같은 건 없나?
전혀. (웃음) 난 너무 고상하게 나와서 액션하고는 거리가 멀다. 주위 사람들이 액션을 하면 그걸 그냥 봐주는 정도?

혹시 누구 닮았단 이야기 들어본 적 없나?
그런 이야기 가끔 듣긴 하는데.

난 개인적으로 장쯔이랑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와! 그 이야기 오랜만에 듣는다.

아, 이미 들어봤던 이야기인가?
하림 씨 뮤직비디오 찍을 당시도 그랬고, <별빛속으로> 찍을 때도 종종 들었다. 자랑하는 거 같아서 약간 민망한 걸. (웃음)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렇다. 사실 그래서 액션연기 물어본 거다. 장쯔이 생각나서. (웃음) 그런데 방금 말한 하림 씨의 뮤직비디오 제목과 같은 인디 영화를 찍은 걸로 알고 있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라는. 출연 내막이 궁금한데. 취조하는 건 아니고. (웃음)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이승영 감독님이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님하고 되게 친한 친구 사이다. 그런데 윤종빈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고 여자 캐릭터에 ‘누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냐?’면서 그 시나리오를 (하)정우 오빠한테 보여줬다더라. 그런데 정우 오빠는 제 매니저한테 보여줬고, 내가 그걸 보고 여자 캐릭터의 말투나 행동들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가 생각하는 면이 나와 많이 닮았단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하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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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개봉을 안 했는데.
아마 개봉 전에 잘 하면 먼저 부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잘 되면. (웃음)

부산 영화제? 그럼 또 부산영화제에도 설지 모르겠다. (웃음) 그런데 <별빛속으로>를 본 소감은 어땠을까?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는 것도 익숙지 않은 경험일 텐데.
거의 눈뜨고 볼 수가 없었지. (웃음) 큰 스크린으로 내 얼굴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일단 내가 어느 씬에 나올지는 대충 아니까 나올 때가 되면 가슴부터 뛰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도저히 내 모습을 쳐다보진 못하겠더라. 그런데 내 주위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보고 싶더라. 컴컴한데도 불구하고. (웃음) 그래서 내가 나올 땐 주위 사람들 반응보고, 내 모습이 사라지면 다시 또 영화보고, 그러다가 또 내 모습이 보일라 말랑 하면 또 가슴이 조여서 또 이렇게 (주변을) 살짝 보고. 정말 제대로 눈 뜨고 볼 수가 없더라.

자신의 영화를 보면 긴장된다고 하는 배우들이 많더라.
나도 그런지 몰랐는데 그렇더라. 배우 분들 나와서 무대 인사할 때, ‘예쁘게 봐주세요. 정말 열심히 찍었어요.’ 하잖아. 그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던 거 같다. 나도 똑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웃음)

역시 당해봐야 안다는 말이 맞다. (웃음) 그런데 <별빛속으로>의 이야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통해서 <별빛속으로>를 접했을 때 살짝 난해한 감도 있었을 것 같다. 일단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도 상당히 비밀스런 구석이 많고.
처음엔 이해를 잘 못했었다. 좀 어렵잖아. 독특하고. 그래서 감독님한테 너무 어렵다고 그랬더니, 너는 그 꿈속에 나타나는 여인을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 고등학생의 모습이니까 그 캐릭터만 생각하면 된다고. 굳이 그 내면까지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하고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그것만 생각하고서 연기했더니, 덕분에 마음이 편해져서 마무리가 잘 됐던 거 같다.

맨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기억이 날까?
난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한 덕분인지 카메라에 대한 공포심은 없었던 거 같다. 다만 카메라에 내 모습이 잡힐 때, 내가 움직임의 제한선을 어떻게 둬야 할지 잘 몰랐지. 여길 넘어서면 카메라 밖으로 나간다는, 그걸 잘 몰랐거든. 그래서 그걸 파악하느라 약간 힘들었다. 보통 자기 씬을 까먹는다고 이야기하잖아. 다른 배우에 가려지거나 해서. 그런 걸 내가 잘 몰랐지. 그런데 <별빛속으로>하면서 어느 정도 카메라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혔다.

올해엔 전년보다 대중 앞에서 좀 더 활발히 활동하는 거 같다. 영화도 개봉하고, 드라마도 출연하고.
그런 셈이지. 그래서인지 욕심도 생기나 보다. <별빛속으로>도 곧 개봉인데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고, 지금 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도 좋은 반응 보고 싶고. 아무래도 이번 년도에 과제가 많은 것 같다. (웃음)

그런데 <여고괴담4: 목소리> 오디션에 참가했었다고 들었다. 지금에 와선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에 오디션에서 떨어져서 아쉬움도 있었을 법 한데.
그 때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같이 합숙하면서 오디션이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내가 느끼지 못했던 걸 많이 느꼈다. 사람이 한번씩 변한다고 하잖아. 그런 경험들로 인해서. 그런데 그 기점이 그 때였던 거 같다. <오래된 정원>의 조감독님이 그 당시, <여고괴담4>의 조감독님이었다. 사실 <오래된 정원> 때도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날 보고 그런 이야길 하시더라. <여고괴담>오디션 때와 많이 틀린 것 같다고. 많이 성숙한 것 같다고. 그 오디션이 내 자아가 좀 더 발전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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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함께 고배를 마신 멤버 중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더라. 한효주 씨나 정유미 씨 같은. 혹시 그 중 친하게 연락하는 사람 없나?
유미 같은 경우는 우리 소속사의 같은 팀이라서 지금도 나름대로 친하게 지낸다.

이번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나왔던 이케와키 치즈루 양과 만난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좋아하는 배우인데.
나하고 동갑내기더라. 처음 봤을 때, 스크린에서 보던 느낌과 실제로 보는 느낌이 많이 틀리다. 되게 앳된 편이랄까? 마치 중학생 시절의 발랄함이 살아있는 너무나 밝은 친구였다.

일본 영화 좋아하나?
장르마다 틀린 거 같다. 일본 소설은 좋아하는데, 일본 영화는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실 일본영화가 좀 밍밍하게 끝나는 게 많잖아. (웃음) 나한테 그런 밍밍함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영화도 있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런 영화도 있다. <조제>는 좋은 쪽이었지.

하긴 일본 영화가 좀 무덤덤하게 끝나는 구석이 있다. 가끔 애매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그걸 못 받아들이면 싫은 거지.
아마도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그런 표정과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애매모호한 구석도 많고, 그런데 그걸 통해 웃음을 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이 좀 그럴지 모르겠지만 어떤 캐릭터는 종종 찐따 같이 보일 때 있잖아. (웃음)

치즈루 양이 이 사실을 모르길 바란다. (웃음) 그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가 어떻게 되나?
아무래도 옛날엔 로맨틱한 걸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상생활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담은 인디 영화들을 찾아보는 거 같다. 아무래도 <별빛속으로>이전엔 밝고 로맨틱한 상업 영화를 좋아했는데, <별빛속으로>찍고 나서 그런 인디 영화를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별빛속으로>가 배우로서의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는 눈을 좀 더 넓혀준 계기가 된 것 같다.
맞다. 그런 영화들이 있는 줄 몰랐는데, <별빛속으로>를 통해 알게 된 거지.

<별빛속으로>의 수지 같은 무표정이 어울렸다. 그런데 <알게 될거야> 당시의 발랄함도 어울렸다. 생각해보면 정반대의 모습인데.
일부로 그런 식으로 연기를 한 덕분이기도 하지.

본인은 어느 쪽이 연기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그런데 웃길지 모르지만 연기가 내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바꾸어줄 때가 있다. <알게 될거야>의 윤지온 같은 면이나 <별빛속으로>의 수지 같은 면 모두 내 안에 있는 건데, 그걸 작품에 따라 각각 부각시키는 거지. 그걸 하나하나 다 묶어보면 나의 전체적인 면이 다 살아있는 거 같다. 그래서 어디가 나에 더 가깝다, 가깝지 않다라고 얘기할 수 없을 거 같다.

<알게 될거야>때 히피룩 의상이 인상적이었다. 모델도 했으니 패션 감각도 남다를 것 같은데, 본인이 선호하는 의상 스타일은?
청바지에 그냥 흰 티 입는 걸 좋아하는데, 사실 짧은 치마 입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바지보단 치마가 더 많은 거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같은 회사에 소속됐는데 전도연 씨를 한번도 못 봤다. 내가 닮고 싶은 배우다. 목숨을 건다고 할까, 어떤 캐릭터를 맡던 간에 목숨을 걸고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물론 연기하는 걸 직접 보진 않았지만, 스크린을 통해 봤을 때 그런 느낌이다. 또 나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그런 기를 받는단 생각이 들더라. 어떤 캐릭터도 잘 소화한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밀양>은 봤나?
내가 그때 태국에 있어서 못 봤다. 칸에서 여우주연상 받았단 소식도 거기서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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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라면 <개와 늑대의 시간>촬영 때문에? 드라마 촬영이 일찍부터 들어갔나 보다.
아무래도 사전 제작이니까, 로케이션 촬영은 대부분 먼저 끝내고 국내로 들어왔다. 그래도 국내 촬영 비중이 더 많은 편이라 아직은 일정이 많이 남았다.

아직 더 고생할 일이 더 남은 셈이네. (웃음) <코마>에서도 귀신 같은 역할로 출연한 걸로 아는데, <별빛속으로>의 수지도 어떤 면에서 귀신이라 말할 수 있다. 실례일지 모르지만 귀신이 어울리는 눈빛이다. 매서운 느낌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진 않나?
아니, 웬만하면 내가 대부분 애매모호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공포는 그만 하고 싶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웃음) <코마>때 한번 했고, 이번 <별빛속으로>도 방금 말한 것처럼 귀신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별빛속으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탓도 있고. 만약 다음에 공포영화를 한다면 귀신 역할이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고 싶다. 귀신을 쫓아간다거나, 하지만 주인공이라도 귀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겠지만 혹시나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지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내 역할이 좀 센 이미지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한번 그런 센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니면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쟁취하는 여자라던가, 뭔가를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의 캐릭터라던가. 혹은 적극적인 구애 후, 남자한테 차여서 버림받고 그에 대한 증오로 불타오르는 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웃음) 예를 들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의 아오이보단 매미 같은, 아니면 <불새>에서 이은주 씨말고 정혜영 씨 같은.

강한 이미지에 끌리나 보다.
아직까진 그런 이미지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좀 더.

<별빛속으로>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본인의 사랑관은 어떤가? 운명을 믿나?
운명적인 건 분명 있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결혼할 때, 이 여자가, 이 남자가, 내 사람이다란 생각이 들어서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하는 거라 한다. 그런데 사랑은 그런 운명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 순간에 반하고, 감정이 불꽃처럼 확 튀어 오를 수 있지만 그걸 이어 가려면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사랑도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감정만으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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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해본 적 있나?
난 사랑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꽉 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손을 너무 꽉 쥐다 보면, 그 사람이 아픈 것조차도 모를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아픔은 모른 채 마냥 그 사람을 바라보고 사랑하게 돼서 그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그걸 알면 그 사람도 날 바라보는 눈이 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상대는 어디 있을까요?
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웃음)

알고 보니 팬 카페도 있더라. 배우로서 누군가 사랑해주는 팬이 있단 사실은 기분 좋은 사실이다. 아직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혹시 사람들이 길에서 많이 알아보는 편인가?
그냥 잡지 같은 데서 날 보고 좋아해주신 분들이 만들어 주신 걸로 알고 있다. 동대문이나 그런 패션에 관련된 가게가 즐비한 곳에 가면 많이 알아보시긴 하더라. 왜냐면 모델 생활을 한 덕분에. 여자분들은 그런 거 빠짐없이 많이 보잖아. 혹은 CF나 뮤직비디오 같은 걸 보고라도. 그래서 그런 거리에선 알아보시는 분들이 예전에 조금 있었다. 물론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아보는 편은 아니고.

하지만 앞으로 지금 출연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여파로 많이 알려질 법 하다.
사실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그 다음날이었나, 지하철 안에서 로션을 바르던 중에 갑자기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 그래서 행동을 좀 더 조심하고, 모자라도 쓰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앞으로 지하철 타고 다니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차 막힐 때 지하철이 최고잖아! (웃음) 사실 지금 내 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히는 시간대엔 차를 안 끌고 나간다. 너무 갑갑하니까. 그리고 술 먹으러 갈 때도 항상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렇게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게 편하다. 물론 너무 많이 알려지면 잘 모르겠는데,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알아보신다면 끝까지 타고 다닐 거 같다.

지하철타면 혹시 모르니 잘 둘러봐야겠다. (웃음)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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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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