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4.19 마감, 광화문, 세월호, 광장
  2. 2014.04.19 죽은 언론의 사회

1. 마감이 끝났다. 홀가분하다. 하지만 대단히 좋아서 죽을 거 같다거나, 그렇진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이 4월 17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이 맘 때엔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어졌고, 오늘 같은 날엔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화가 나는 건 같은데 조금 다른 건 울적하다는 느낌 같다. 흐느낌 같은 것이 하루 종일 내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 생각해 보니 어제, 비도 왔다. 눈물 같은 하루였다.

2. 집으로 오는 길에 필연적으로 광화문을 지난다. 광화문에서 경복궁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경찰 차벽으로 인해 완벽하게 봉쇄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새벽 4시가 넘어서인지 통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 중이라는 광화문 앞과 헌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 주변엔 경찰차들이 촘촘하게 서있었다. 택시가 마치 섬 사이를 지나가는 배와 같았다. 저 너머에 사람이 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오늘을 기다리며 철저하게 대비했음을 보여주듯 놀랍도록 철저하게 봉쇄된 광장 주변의 풍경이 암담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구상한 게 저것이란 말인가.

3. 광화문 인근에 사는 탓에 세월호 유가족이 머무르는 텐트를 필연적으로 자주 봤다. 봄이 끝나갈 무렵에 세워진 텐트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까지 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텐트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텐트도 정확히 지구와 함께 태양을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데 몇 걸음 걸으면 다다를 수 있는 청와대 앞으로 유가족은 갈 수 없었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내년에도 태양을 한 바퀴 돈 세월호 유가족의 텐트를 보게 될까. 어쩌면. 아니, 혹시라도. 혹은 제발.

4. 지난 1년 동안 세월호는 끊임 없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끝끝내 떠오르는 단어였다. 서울에 있다가도, 부산에 있다가도 진도 앞바다를 생각했다. 나는 잊는 게 두려웠다. 그리고 내가 잊지 않아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다. 그 두려움을 통해 그 날을 끊임 없이 떠올려야 할 것 같았다. 추모의 의미로 달았던 노란 리본은 강력한 상징이 돼서 떼낼 수 없는 것이 됐다. 평생을 바쳐 추모해야 하는 무언가가 됐다. 내가 어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점점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게 죄를 짓는 것만 같다. 물려줄 죄만 늘어가는 세상이다. 우울하다.

5. 세월호 유가족이 한 말이 각인된다. “박근혜는 죽으면 자식이 없겠지만 나라에서 장례를 치러주겠지. 하지만 나나 부인은 거둬줄 사람이 없다. 내가 박근혜보다 나이가 적다. 죽을 때까지 두고 볼 것이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광장에 서서, 광장이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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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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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언론의 사회

culturist 2014. 4. 19. 01:08

지난 16, 언론에선 하루 종일 진도의 여객선 침몰 상황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다. 참담했다. 그리고 그 소식만큼이나 참담했던 건 한국 언론의 현주소였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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